기자명 나영석 기자 (nys2807@skkuw.com)

 ‘타요’ 버스를 타고 금잔디에서 내려 ‘뽀로로’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는 그녀의 핸드폰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티커가 붙어 있다. 

▲ 나영석 기자 nys2807@skkuw.com

어른아이, 동심을 버리지 못하는 어른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의 사전적 정의는 ‘아이의 감성을 지닌 어른’이다. 한때, 이 신조어는 옛 추억을 향수하는 40~50대들의 이야기였다. 건담 프라모델이나 무선조종 자동차(RC카)를 수집하는, ‘철없는’ 삼촌들을 가리킬 때나 쓰는 말이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위원들이 국내 소비 산업을 분석한 책「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는 이들을 ‘Forties, Forgotten, Fragile, Fun, Forever Peter Pan’의 앞글자를 따 ‘F세대’라고 부르며 “그동안 표출하지 못한 욕망과 본능을 성인의 감성으로 분출하는 ‘어른아이’들”이라고 묘사한다.

하지만 최근 키덜트는 20~30대의 청년들까지 포함한, 성인 모두를 아우르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 원 정도에 매년 20~3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우리 주변만 돌아보아도 장난감을 좋아하거나 동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맥도날드의 ‘슈퍼마리오 장난감’이나 던킨도너츠의 ‘무민 인형’을 받으려고 줄을 섰던 경험이 있는 당신, 바로 당신 이야기다.

▲ 나영석 기자 nys2807@skkuw.com

 왜 어른들은 어려지는가?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처럼 ‘유아틱’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키덜트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다. 흔히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생활 △어린 시절 추억에 대한 향수 △정서적으로 의지할 대상 갈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일각에서는 ‘원초적 놀이본능의 발현’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젊은 키덜트들에겐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20~30대 세대는 여유가 없던 시절을 겪거나 놀잇감이 부족한 유아기를 보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키덜트 현상이 옛날과 비교해 소비 및 향유 관점에서 취향이 달라져 발생했다고 보는 시각도 등장했다. 지금의 20~30대는 예전에 비해 훨씬 개방적인 사회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거나 체면을 중시하기보다는 미적으로 ‘끌리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기성의 권위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만큼 이들의 문화는 다양성, 창조성, 개방성 같은 21세기형 가치들에 근접하는 개념*으로 평가받는다.

▲ 나영석 기자 nys2807@skkuw.com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은 키덜트

키덜트 콘텐츠는 더 이상 소수 마니아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2012년 스포츠조선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이 자신을 ‘키덜트’라고 인정할 정도로 해당 콘텐츠는 충분히 대중화가 됐다. 이는 소비문화로까지 확장돼 △뷰티 △외식 △패션 업계 등 여러 기업에서 마케팅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기업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콘셉트를 차용해 소비자들을 자극한다. 길을 걷다가 웹툰 캐릭터가 그려진 후드티를 입거나 뿔 달린 스냅백을 쓴 사람들을 마주치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럽다.

여전히 키덜트 현상을 유치하다며 비하하거나 다른 개념과 혼동해 편견을 갖는 시선은 남아 있다. 하지만 키덜트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오타쿠 문화’나 ‘피터팬 증후군’과는 확실히 의미가 다르다. 이것은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키덜트는 우리 사회에서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 나영석 기자 nys2807@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