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시대, 다 같이 살아가는 법
다문화 시대, 다 같이 살아가는 법
  • 오채은 기자
  • 승인 2020.09.21 14:35
  • 호수 1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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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해 피하지 못한 이주노동자의 집
“차별과 편견 같은 사회적 병리도 감염돼”

지난달 폭우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거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주노동자들의 숙소가 물에 잠기며 그동안 ‘집다운 집’에서 지내지 못하던 이주민의 현실이 알려진 것이다. 사회에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됐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많은 이주민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 살아간다. 이들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다문화 사회가 된 한국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처음으로 250만 명을 넘어섰다. 법무부의 ‘2019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했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이 국내에 체류하며 사회구성원의 △가치관 △문화 △인종 △종교 △출신지역 등이 다양해졌다. 외국인에게는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하는 법적 의무가 주어진다. 이들은 입국심사 시 부여받는 체류 자격 및 체류 기간 범위 내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현재 체류 자격에 따른 비자는 총 38가지로 △국제결혼 △유학 △취업 등의 목적을 포함한다.

결혼이민자는 어떻게 살아가나
사회 구성원이 다양해지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다문화가족지원법 등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 등장했다. 다문화가족을 구성하는 결혼이민자는 한국에서 살아가며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 양육 등의 문제를 겪는다. 이를 위해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는 정부 각 부처를 통해 △3년마다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교육·상담 서비스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운영 등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법률 규정 내용과 별도로 △보육료·교육비 지원 △산전·산후 돌봄 서비스 △아동 교육을 위한 가정방문 등의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도 시행한다.

결혼이민자는 배우자와 이혼할 경우 체류 비자가 소멸해 한국에서 살 수 없지만, 배우자에게 혼인 단절 사유가 있다는 것이 인정되거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을 경우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혼인 단절 사유를 결혼이민자가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미성년 자녀가 성인이 되면 결혼이민자는 한국을 떠나야 한다. 이에 지난달 이주여성 인권 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한부모 결혼이주민 체류자격과 관련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결혼이주민 체류자격 부여를 미성년 자녀 양육 기간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외국인을 단순한 양육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체류권이 보장되지 않아 가족이 해체될 수 있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주노동자의 권리 침해 논란
결혼이민자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권리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도 꾸준히 들려온다. 지난달 폭우로 인해 많은 이주노동자의 숙소가 물에 잠긴 것이 드러나 근로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주와 인권연구소(소장 이한숙)가 발표한 ‘2018년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자가 제공해준 숙소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중 절반이 작업장 부속 공간과 임시가건물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는 이주노동자가 주거용 독립공간이 아닌 △비닐하우스 △조립식 패널 △컨테이너 등으로 지은 임시가건물 등에서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르면 침수 위험이 있는 곳에 근로자의 기숙사를 설치할 수 없지만, 현실의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침수를 피하지 못했다.

한편 2004년부터 실시해온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이 이주노동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근로 계약을 해지하려면 사용자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체불이나 폭언·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할 경우에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근로자가 이를 직접 증명하는 것이 어려워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하고 일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용자 또는 고용센터의 행정 처리 실수로 인해 구직 과정이 길어져 체류 기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고용허가제로 취업 비자를 받아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근로계약 해지 시 정해진 구직기간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하거나 본국으로 출국해야 하며, 새로운 사업장을 구할 경우에는 고용센터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행정 절차상 실수로 인해 자신의 고의나 과실 없이 불법체류자로 규정되면 불안정한 신분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 속에서 나타나는 이주민 차별
최근 다문화 정책이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비판이 있다.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양경은 교수는 「한국 다문화 담론 구조와 그 시계열적 변동」에서 한국 다문화정책의 특수성으로 가족주의적 요소를 꼽았다. 양 교수는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는 결혼이민자와 국내출생 자녀에게만 정책적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문화주의를 지향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문화주의를 지향하기보다 동화주의 내지 차별적 사회통합의 성격을 갖는다”고 전했다.

동화주의는 소수의 외국인 집단을 주류 사회로 통합시키며 이들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취급하려 하지만, 잘못하면 주류 문화만을 중시해 소수 문화를 무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를 통해 310명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차별 경험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절반이 본인 또는 가족이 이주 배경을 가졌다는 이유로 언어적 비하를 들은 적이 있으며, 응답자의 34.9%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본인의 존재를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도 어려움 심각해 ··· 상호문화교육의 필요성
다문화가정 자녀도 이주민에 대한 차별 대상의 예외가 아니다. 현재 많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학교에서 적응 문제를 겪고 있다. 이들은 크게 △언어발달 △집단따돌림 △학업 부진의 어려움을 겪는다.

다문화가정 자녀는 크게 △국제결혼자녀 △외국인자녀 △중도입국청소년으로 나뉜다. 이들 중 특히 중도입국청소년은 외국에서 자라다가 청소년기에 한국으로 이주해오기 때문에 한국어가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한국어가 서툴고 외모가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학교에 적응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 장한업 소장은 “교사들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다문화 모여!’라고 하는 등 쉽게 아이들을 범주화하는 경우가 있다”며 “다양해지는 학생들에 비해 학교가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 자녀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체계와 사회 인식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 소장은 “차별과 편견 같은 사회적 병리 또한 바이러스처럼 감염된다”며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걸친 지속적인 상호문화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용허가제=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국내 사업장이 외국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비자로 이주노동자의 도입·관리를 담당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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