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장현 기자 (zzang01@skkuw.com)

샤넬의 설립자 코코 샤넬은 말했다. “상대를 외모로 판단하지 마라. 그러나 명심하라. 당신은 외모로 판단될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외모가 갖는 의미를 이처럼 적나라하게 보여준 말이 또 있을까. 사람의 외모를 보는 것, 그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당하고 속물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현실에서 외모가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이유다. 그러나 외모 평가가 거리낌 없이 이뤄지는 곳도 있었다.

외모에 대한 평가는 보통 무례로 여겨진다. 타인의 외모를 대놓고 평가하는 일이 흔치 않은 이유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외모를 평가당하는 것도 흔히 겪는 경험은 아니다. 반면 특이하게도 많은 이들이 자진해서 스스로의 외모를 채점받는 공간이 있다. 바로 데이팅 앱 ‘아만다’다. 이 앱은 신규 가입을 하려면 얼굴 사진을 등록하고 기존 이용자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이용자들로부터 받은 점수의 평균이 5점 만점에 3점을 넘지 못하면 가입이 불가능하다. 이런 냉정한 가입조건을 내세운 아만다는 5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기자는 휴대폰에 아만다를 다운로드했다. 앱을 열자 사진 등록이 첫 순서였다. 곧장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찍힌 스스로의 얼굴을 마주하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만다 화면에는 ‘당신의 매력을 증명하고, 아만다 회원이 되세요!’라는 문구가 보였다. 사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매력도 있지 않겠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가입심사는 계속 진행됐다. 키와 체형 등의 정보를 입력할 때는 긴장감이 흘렀다. 가입심사가 마치 입국심사처럼 느껴졌다. 다행스럽게도 아만다가 허용하는 무기는 외모만이 아니었다. 성격과 소개 글을 간단히 작성할 수 있는 항목이 있었다. 

모든 입력을 마치고 나니 비장한 기다림이 시작됐다. 아만다는 심사가 24시간가량 소요된다고 알려왔다. ‘이건 일이야. 나는 체험기를 쓰는 거야’라고 되뇌며 신경 쓰지 않는 척하려 노력했다. 기자는 여태껏 많은 분야로 평가를 받아왔지만 외모를 평가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학창 시절 시험 채점을 기다리던 기분과 비슷했다. 차이점이라면 채점되고 있는 게 얼굴이라는 것. 1점을 준 사람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자존감에 금이 가는 듯해 실시간 채점 경과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24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결과를 얻었다. 결과는 불합격. 아만다는 기자에게 가입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평소 스스로의 외모에 자신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외모를 평가당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만다가 화면으로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그다지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옆에서 구경하던 동료 기자가 기본 카메라 대신 사진 보정 앱을 써보라고 권했다. 왜 사진 보정 앱을 쓸 생각을 못 했을까. 

앱의 힘을 빌리니 점수가 1점가량이나 올랐다. 이번엔 아만다가 기자에게 가입을 허락했다. 우선 아만다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기자가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기자도 다른 사람들의 사진에 점수를 매길 수 있었다. 어느 이용자의 사진에 별 세 개를 눌러봤다가 도로 지웠다. 영 느낌이 이상했다. 현실에서 그 이용자를 마주하고 “당신의 얼굴은 3점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럴 용기는 없었다. 아만다 안은 사진에 드러난 외모가 전부인 세계였다. 단지 외모만 보고 준 별 세 개지만 그 이용자에게는 자신의 가치에 별 세 개가 매겨졌다고 느껴질 것만 같았다. 기자가 앞서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여러 명에게 메시지를 보내봤더니 한 이용자에게 답신이 왔다. 취재 중인 사정을 설명한 후 아만다를 이용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쉽게 친구를 만들 수 있어서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만다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기준 이하라면 자괴감이 들 것 같다. 반대로 좋은 결과를 받는다면 이렇게 점수로 나온다는 게 행복할 것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외모를 평가하고 평가받는 데 솔직하게 임했다. 아만다를 대하는 최선의 태도였다. 아만다는 본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외모가 전부가 되는 세상에 대한 씁쓸한 물음을 던지게 한다. “외모도 스펙이다”와 같은 현실적인 냉소 앞에서, 외모로 사람을 재단하면 안 된다는 말은 그저 교과서 속의 문구로 전락하게 될까. 
 

가입 심사가 진행되는 모습.
가입 심사가 진행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