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혜원 기자 (nanchoc09@skkuw.com)

아름다움(美), ‘나다움’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나아가
‘젠더 뉴트럴’과 ‘맞춤형’이 대세

2019년 화장품 산업분석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대표 *OEM 및 *ODM 업체 중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이 속한 한국콜마의 매출액은 89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8%의 성장률을 보였다. 높아진 화장품의 수요와 함께 한국의 메이크업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현재 K-뷰티는 어떤 뷰티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을까.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메이크업’
우리나라의 색채·입체 메이크업은 197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대중매체가 발달하고 메이크업에 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남성 메이크업도 보급된 듯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전히 메이크업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N극과 S극 같던 메이크업 양상의 균형을 맞추다
점차 메이크업은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이라는 단어와 함께 점차 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단어가 됐다. 젠더 뉴트럴이란 성별의 이분법적 구분을 없애려는 중립적인 움직임으로, 기존의 성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고 성에 고정되지 않은 삶을 영위하려는 트렌드다.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김주덕 교수는 “이러한 메이크업 트렌드는 환경적 요인과 사회적 관습이 변화하면서 남녀의 성별 구분에 관한 고정관념이 흐릿해지는 현세대의 성향을 대변한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트렌드를 파악해 젠더리스 뷰티 마케팅을 선보이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한국 최초의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인 ‘라카(LAKA)’는 여성 편향적이던 기존의 메이크업 관습을 깨고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남성도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향이 없고 반투명한 색조 화장품을 출시해 그 장벽을 허문 것이다. 김 교수는 “라카와 같은 브랜드는 고난도의 기술 없이 누구나 완성도 높은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관련 브랜드들은 제품의 시각적 연출이나 모델을 이용한 광고를 할 때 특정 성별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이들이 일상적으로 메이크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맞춤형 화장품’의 열풍
메이크업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 맞춤형 화장품이 등장했다. 맞춤형 화장품이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화장품의 내용물과 원료를 혼합해 제공하거나 내용물을 소분해 즉석에서 제공하는 화장품이다. 김 교수는 “수많은 화장품 중 자신에게 꼭 맞는 것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전문가가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하는 것은 오늘날 개인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한편 김 교수는 “개별 매장에서 맞춤형 화장품을 즉석에서 제조할 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며 “위생 및 안전에 유의해야 하고 성분들을 혼합하며 생길 수 있는 제형의 불안정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화장품을 위해 바이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유전자 분석도 활용된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도 맞춤형 화장품에 쓰인다”며 프리바이오틱스 등 이로운 미생물을 활용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화장품은 기성 화장품들과 차별점을 가진다고 전했다. 

또한 ‘클린 뷰티’ 개념도 화장품 제조에 활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인간과 자연환경 모두에 무해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비건 화장품이 시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이에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화장품 생산 및 개발 과정에서 화학적 성분을 최소화하고 동물실험을 지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빛 좋은 개살구보다 내실이 중요해
정보화 시대가 오면서 화장품 성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브랜드와 가격뿐만 아니라 성분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자율적으로 화장품 속 성분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뉴미디어 채널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현재 약 88.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디렉터 파이’가 있다. 디렉터 파이 채널에서는 △가격 △피부 타입 △화장품 성분 등을 기준으로 화장품 종류별 “TOP OF TOP”을 꼽는다. 이를 활용해본 우리 학교 유수지(프문 18) 학우는 해당 유튜브 채널이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며 “실제로 발암물질이 들어가 있거나 나의 피부에 맞지 않는 성분이 있는 화장품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화장품 시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화장품 산업에도 비대면 소비 양상이 확산하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기업들 또한 화장품을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ESTEE LAUDER)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하는 화장품을 고르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추면 화장 후의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모습은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소비를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방법”이라며 “증강현실 가상 메이크업 등 다양한 방식의 온라인 체험 형식을 통해 이전보다 화장품 소비의 접근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화된 화장품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의 준말로,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상품 또는 재화를 제공하는 생산방식.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의 준말로, 주문자가 제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책임질 때 제조기업은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만 생산해 납품하는 것을 의미.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몸 속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컬음. 인체 내의 미생물을 분석하며 개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면역질환을 예방 및 치료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음.

아모레퍼시픽 맞춤 파운데이션 서비스 베이스 피커.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캡처.
아모레퍼시픽 맞춤 파운데이션 서비스 베이스 피커.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