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우혁 기자 (wh776500@skkuw.com)

우주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심리

높은 비용으로 대중화되긴 어려워 

지난달 10일, 미국 우주 관광기업 버진갤럭틱이 민간 기업 최초로 민간인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우주선에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전 카누 선수 존 굿윈과 사업가 케이샤 샤하프, 그리고 그의 딸인 아나스타샤 메이어스까지 총 세 명의 여행객이 탑승했다. 여행객들은 우주선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감상했다. 

우주여행을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교통수단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활동 범위는 넓어졌지만, 우주선은 안전한지, 인간이 우주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우주여행은 여전히 먼 미래 얘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인간은 우주여행을 꿈꾼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슬로 모형에 따르면 우주여행을 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욕구 중 최상단에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에 해당한다. 한양대 관광학부 김남조 교수는 “우주여행의 동기는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려는 이유와 비슷하다”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경험을 가질 수 있고, 짜릿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정거장을 목적지로 하는 궤도 여행의 경우, 6개월 이상의 훈련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충족요건 또한 참가자의 자아실현 욕구를 자극한다. 

그러나 매슬로 모형에 따르면 인간은 하위 욕구가 충족돼야 상위 욕구가 생기는데 안전의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보다 하위에 있다. 따라서 아직 우주여행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만큼 매슬로 모형만으로 인간의 우주여행 욕구를 설명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사람들이 소수이듯 인간 중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는 일부만이 위험을 무릅쓰고 우주여행에 도전한다”며 “그 소수의 인물을 학계에선 프런티어 여행자라고 부른다”고 답했다. 이처럼 현재 소수만이 도전하고 있는 우주여행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우주여행의 시작
민간인 우주여행 상업화를 처음 계획한 것은 1990년대 러시아 정부였다. 냉전체제가 끝나며 구소련이 몰락하고 설립된 러시아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됐다. 당시 우주 강국이었던 러시아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 상품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리고 2001년 4월, 최초로 관광 목적의 우주선 소유즈호가 발사됐다. 소유즈호는 미국 사업가 데니스 티토를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6일간 머문 뒤 카자흐스탄의 사막에 무사히 착륙하며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듬해 4월에 소유즈호는 두 번째 여행에 성공한다. 

소유즈호의 연이은 성공에 우주여행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던 중 정부 주도의 우주여행 상품 개발이 완전히 멈추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3년, 미국이 소유즈호의 대항마로 실험 중이던 유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중 미국 텍사스주 상공에서 공중 분해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8명의 선원이 사망하며 미항공우주국은 노후화된 우주왕복선을 퇴역시켰고, 안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는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정식 우주인을 3명에서 6명으로 증원했다. 이로 인해 소유즈호에 배치될 전문 우주인이 부족해졌고, 러시아 항공우주국은 우주여행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민간 기업 우주여행, 걸음마 떼기 시작해
정부 주도 우주여행이 일시 중단됐으나 민간 기업은 우주여행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개발을 진행했다. 우주선을 개발 중인 회사는 △버진 갤럭틱 △보잉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 어드벤쳐 △스페이스 엑스 △오리온 스팬 △제로 투 인피니티로 전 세계에 7개다. 

현재 가능한 우주여행은 인공위성 궤도 내 여행이다. 인공위성 궤도 내 여행은 고도 350~450km 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수일간 머무는 궤도 우주여행과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km까지 올라가 3분 정도 무중력을 체험하고, 우주선 창밖으로 지구와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준궤도 우주여행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한상엽 연구원은 “현재는 궤도를 벗어나 별과 행성으로 가는 비행경로가 없는 상태”라며 “이 경로에 대한 정보를 쌓아간다면 언젠가 궤도 이상의 여행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다수 기업이 개발 중인 우주여행 상품은 준궤도 우주여행이다. 항우연 서대반 연구원은 “준궤도 여행과 궤도 여행은 비용적 측면에서 아주 큰 차이가 존재한다”며 “준궤도 여행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까지만 가서 아주 짧은 시간 우주를 느끼고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주선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탑승객의 훈련기간도 3일 정도로 짧다”고 답했다. 반면 궤도 우주여행은 우주정거장까지 가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과 비용이 요구되며 탑승객들이 받아야 할 훈련기간도 길다. 우리 학교 물리학과 박일흠 교수는 “궤도 우주여행을 한다는 것은 곧 국제우주정거장에 간다는 말인데 그곳에 가기 위해선 6개월 이상의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정거장 시설도 영리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 아니기에 관광지로 이용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리온 스팬은 궤도에 우주 호텔을 띄워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우주 호텔에서는 이론상 하루 16번 일출과 일몰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 호텔이 설립된다고 할지라도 긴 훈련기간과 높은 비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준궤도 우주여행 경로. ⓒ연합뉴스 캡처
준궤도 우주여행 경로. ⓒ연합뉴스 캡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우주여행
현시점에서는 우주를 잠시 체험하고 복귀하는 준궤도 우주여행이 주를 이루지만 우주여행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기업들은 궤도 내 여행 외에도 달이나 화성, 성간 여행 등 궤도 밖을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페이스 엑스는 달과 화성 여행을 목표로 100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 로켓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연구원은 “재사용발사체는 우주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고, 경제적 가성비도 좋다”고 답했다. 

지난달 버진 갤럭틱 우주선에 올라탄 승객들은 입을 모아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아름다움을 칭찬했다. 앞으로 우주여행은 지구의 모습을 보는 것을 넘어, 달을 밟아보고, 화성을 탐험하는 등 궤도 밖으로 범위가 확장될 것이다. 서 연구원은 “우주여행 상용화를 위해서는 신뢰도 높은 로켓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우주여행이 상용화되더라도 여행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여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