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연극의 성지라 불리는 대학로를 호객 행위로부터 지켜내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어왔다. 호객 행위 근절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소극장협회(이하 소극장협회)는 작년 10월부터 혜화 주민과 일반인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호객 행위가 불법임을 알리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단체들이 호객 행위의 심각성을 깨닫고 연합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작년부터 △대학로발전위원회 △소극장협회 △종로구청 △혜화경찰서는 호객 행위와 관련된 간담회를 6회에 걸쳐 실시했다. 또 이들은 정기적으로 월 1회 이상 호객 행위 근절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혜화경찰서는 지속적인 순찰을 통해 단속도 하고 있지만 이런 다방면의 노력에도 호객 행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단속에 실질적 어려움 있어

▲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호객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제1조 10호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르는 행위’에 해당한다. 호객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지만 처벌 수위가 낮고 행위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단속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처벌 규정에 따르면 즉결심판에 넘겨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게 된다. 즉결심판에 넘겨지면 범행 사실을 입증할 만한 정확한 물증이 필요하다. 행인을 붙잡고 불쾌감을 주는 홍보 활동을 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확보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보통 진술서를 쓰거나 증언을 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협조해 주지 않고 있다. 혜화경찰서 생활안전과 전상욱 경위는 “피의자들은 본인을 연극 지망생이라고 소개하며 단순한 홍보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며“위법 사실을 밝혀내려 해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범죄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실질적으로 3~5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며 초범에는 선고 유예가 내려진다. 처벌 수위가 낮다보니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호객 알바생 중 단기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랫동안 일해 온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대부분 소극장협회의 직원들과 순찰하는 경찰들의 얼굴을 이미 숙지하고 있다. 단속이 뜨면 재빨리 눈치를 채고 피하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단속의 정도가 심해지면 오히려 합법적인 홍보 활동을 역으로 고발하기도 한다. 종로구청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합법적인 현수막이나 홍보활동을 마구잡이로 신고하기도 한다”며 “행정민원이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방치되는 오해 속에 계속되는 호객 행위
경찰의 단속과 같은 강력한 대응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호객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일반 사람들이 호객 행위에 대해 가지는 오해다. 전상욱 경위는 “호객 행위를 당한 사람에게 진술해달라고 요청하면 ‘연극인들의 생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냐며 감싸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호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극계와는 관계없다. 일부 극단에서 개그맨 지망생들이 홍보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돈을 받고 일하는 알바생이다. 일부 연극인들은 호객 행위가 성행하게 된 것은 대학로가 상업적으로 발달하면서 소극장 공연의 입지가 좁아진 현실 때문이라고 옹호한다. 그러나 대다수 연극인들은 소극장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지금 이뤄지는 호객 행위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극단의 불법 호객 행위가 허위광고로 다른 극단에 피해를 주고, 대학로 연극계의 명성에 해를 입히는 지금의 현실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호객 행위는 날로 심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대학로 연극인들은 문화예술의 거리인 대학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대응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극장협회는 앞으로도 호객 행위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혜화경찰서에서도 “일부 연극 단체의 불법 상술로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호객 행위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