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다영 기자 (gaga0822@skkuw.com)

더치페이 기대하나, 실제로는 다수 남학우가 ‘50~80%’ 부담
데이트 비용 문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더치페이’에 관한 논의다. 설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적절한 남녀의 데이트 비용분담 비율에 대해 ‘둘 중 더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더 내면 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57%), 이어 ‘남자가 한 번 내면 여자도 한 번 내야한다’(26%)가 뒤를 이었다. 설문결과에 자문을 준 소비자가족학과 이재림 교수는 “이는 학생들이 양성 평등적이고 실용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인식에 반해 실제 남학우가 여학우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본인이 부담하는 1회 데이트 비용에 대해 1~3만원 미만(65%)이 가장 높았고, 3~5만원 미만(27%)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그 비율에서 남학우가 1~3만원(27명)와 3~5만원(22명)을 내는 경우가 여학우에 비해 차이가 적은 반면, 여학우의 경우에는 1~3만원 이하(74명)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에 이 교수는 “더치페이를 지향하는 사고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남학생들이 부담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아 기대와 실제 사이의 괴리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근대적 사고방식 데이트 방식에 남아있어
이대용(가명, 인문13)학우는 “돈 문제로 여자 친구와 일일이 따지는 것이 불편하다”며 오히려 본인이 비용을 더 분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배지연(가명, 프문12)학우도 “남자친구와 매번 칼 같이 각자 내는 것이 더 어색하다”고 한다. 이는 한국사회에 아직 남성에게 경제적 역할을 기대하는 가부장적인 데이트 각본이 잔재한다는 의미다. 급속한 근대화와 더불어 기존의 고정관념들이 공존하며,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 혼재되고 있는 것이다.
‘공평성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 나의 ‘이익(보상과 비용의 차이)’과 상대방의 ‘이익’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인식되면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여기서 ‘이익’은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심리적 측면이 중요하며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규범의 영향을 받는다. 이재림 교수는 “데이트 비용을 많이 부담하더라도 사회적 기대 규범에 부합한다고 인식하면 문제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재호(러문08)학우는 “내가 밥을 사고 여자 친구가 커피를 사는 것이 정확한 분담 비율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마음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독립과 더불어 친밀감을 느끼는 관계 형성해야
그러나 이 비율이 공평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불만을 느낄 수 있다. 데이트 각본이 강조되고, 이성 관계에서 물질을 통한 ‘재미’가 주요활동이 되면 안정적이고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는 충분히 채워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소비 중심적인 데이트는 결국 가시적인 부분과 재미에 치중하게 돼 상대에게 깊게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며 물질주의적 연애를 경계했다. 김수진(경영12)학우는 “화이트데이에 준 사탕보다 편지에 ‘보고 싶다’고 쓴 것이 더 친밀감을 줬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시절 연애에서 독립적이고 양성 평등적 관계를 유지했던 연인이 결혼 이후 더 행복하고 질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