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성대신문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저 정말 효도하고 싶어효(孝)’ 이벤트를 진행해 사연을 모집했다. 이는 성균인의 효 인식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다. 많은 사연 중에서 기자단의 마음을 촉촉이 적신 이야기가 있었다. 선정된 변준한(글리 13) 학우는 10만 원 상당의 외식상품권을 받았다. 과연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 변준한 학우 가족들의 모습. /ⓒ변준한 학우 제공
이벤트에 지원하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며칠 전, 오랜만에 원주에 있는 집에 내려갔는데 부모님과 싸우게 됐어요. 부모님은 부모님이 원하시는 아들의 모습이 있고 저는 제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있죠. 부모님은 힘들게 살아오셔서 자식이 안락한 삶을 살기를 원하세요. 하지만 전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말씀드리면 부모님은 그걸 반대하시다 보니 갈등이 생겼어요. 그때 저도 모르게 내 삶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라고 말해버렸어요. 부모님과 다투고 서울에 올라오면 항상 마음이 불편해요. 매번 잘해드려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맘대로 잘 안 되네요. 다음에 집에 가면 부모님과 오랜만에 외식도 하며 대화도 나누고 싶어요. 어머니는 마트에서 일하시고 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하시느라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이번에도 외식 한 번 못하고 왔네요. 그래서 성대신문에 사연을 보내게 됐어요.

평소에 부모님께 효도를 많이 하는 편인가. 본인이 생각하는 효도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학업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학점도 평점 4.5수준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머니는 어머니로 사는 삶도 있지만, 여자로 사는 삶도 있거든요. 제가 여자로서의 어머니에겐 뭔가를 해 드리는 게 없더라고요. 어머니가 마트에서 일하시다 보니까 본인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세요. 문화생활을 하시도록 도와드리는 게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도 기숙사 생활을 했고 대학도 타지로 왔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대학에 오니 가족의 부재가 이젠 좀 크게 와 닿아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느껴요. 친구들을 만나고 나서도 집에 돌아오면 공허한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가족과 함께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본인에게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가.
항상 죄송해요. 부모님은 자식에게 올인하는 굉장히 헌신적인 분들이세요.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시다가 사고가 나셨거든요. 척추를 다치셨는데도 치료를 받으시면서 계속 운전을 하세요. 아버지가 많이 아프신 데도 동생이 내년에 대학에 가야 해서 운전대를 놓지 못하시더라고요. 자식을 위해 왜 그렇게 많은 걸 희생할까 하는 생각도 하죠. 제가 타지에 있다 보니 걱정하지 않게끔 그런 얘기를 잘 하시지도 않아요. 동생에게 그런 얘기를 전해 들으면 너무 죄송하고 안타까우면서도 고마움을 많이 느껴요.

부모님이 바쁘셔서 가족들이 함께할 시간이 적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이벤트에 선정된 이야기는 했나.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지낸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함께 놀러 간 경험이 적어요. 어릴 때 함께 찍은 사진도 많지 않아서 추억이 적은 부분이 너무 아쉽죠. 부모님께 카톡으로 응모한 사연을 찍어 보내드렸어요. 함께 할 기회가 마련됐으니 좋은 시간 보내자고 말씀드렸죠.

부모님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은 있나
부모님이 제주도엔 신혼여행으로 한 번 가보셨대요. 동생 수능이 끝나면 가족끼리 시간도 보내고 부모님의 추억도 되새길 겸 다 같이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모님은 돈 많이 든다고 하시겠네요. 제주도에도 CJ 계열사는 있겠죠? (웃음)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뭘 해도 상관없어요. 이번 기회에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