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고 하늘하고 누가 누가 더 푸른가. 그에게 묻는다면 산도 아니요, 하늘도 아니요, ‘쪽’이라 답할 것이다. 도넛 체인점, 아트 갤러리 사업을 뒤로하고 과거의 색을 지키는 일을 택한 전통염색연구가 홍루까 선생. 염색 공부를 위해 늦깎이 학생도 마다않는 그를 ‘하늘물빛천연염색연구소’에서 만났다. 엄보람 기자(이하
루이비통을 입은 돼지. 골프채를 휘두르는 돼지. ‘된장 냄새 좀 나는’ 돼지들이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돼지의 행동이 우스워 웃음을 터뜨린다. 어라, 그런데 가만 보니 돼지의 모습이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나도 저 돼지들처럼 소비에서 행복을 느끼지는 않았던가? 마음 한구석이 콕콕 찔린다. 화려하고 밝은 색
서준우 기자(이하:) 원래 폴리 아티스트의 길을 가려고 했었나, 생소한 장르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문재홍 폴리 아티스트(이하:) 처음부터 폴리 아티스트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 편집과 연출에 관심이 있어서 영화과에 진학했는데 정말 하고 싶어서 온 사람과 단순히 관심만 가지고 온 사람은 차이가 있더라. 게다가 군대에 다녀왔더니 관심 있
『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후 2시의 박물관』. 두 저서는 제목만으로도 박물관을 편하고 친숙한 공간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자신의 책과 똑 닮은 그녀의 삶은 소중한 친구 찾듯 박물관 주위를 맴맴 돌고 있다. 자기 안의 답을 찾거나 위안을 얻기 위해 유물들을 돌아본다는 그녀. 그 애틋한 박물관 사랑과 유물과의 소통 가능성을 들어봤다.엄보람 기자 (
딸기 마가리타 한 잔을 주문했다. 믹솔로지스트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어여쁜 3백mL짜리 유리잔을 꺼낸다. 그럼 이제 그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무려 딸기 일곱 개다. 대개는 과일 향이나 예쁜 색을 내기 위해서는 인공 색소와 향이 첨가된 ‘리큐’로 칵테일을 만들곤 한다. 하지만 천연의 색과 맛을 한 잔 가득 담아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었던
“인생은 여행이라오. 디자인이기도 하고” 이보다 그를 온전히 표현해낼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여러 땅, 다양한 사람들을 거친 그의 여행은 그림으로, 소설로, 연극으로, 또 결국엔 디자인으로 기록되곤 한다. 그가 들려준 여행과 작품과 삶의 이야기들. 그 중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요히 가슴을 울리던 몇몇 말들은 끝내 &lsquo
불그스름하고 누르스름한 빛이 은은하게 감돈다. 커다란 장롱부터 작은 보석함까지 매끄러운 표면은 각자의 색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 날카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투명한 우윳빛 쇠뿔을 통과하며 한층 여려진 빛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 시대 왕실의 고귀한 아름다움, 그 한 조각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화각 공예.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재만 화각장을 만났다. 4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화각에 바쳐온 그의 모습은 각고의 정성 끝에 완성되는 화각 공예와 묘하게 겹쳐진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 위에 섬세하게 새겨진 떡살을 꾹 눌러 찍는다. 이 떡을 먹는 사람이 오래 오래 건강하길, 많은 자식과 함께 행복하길, 더 큰 사람이 되길. 떡에 살을 부여하는 떡살. 갓 만들어낸 떡 위에 주름살과 같은 무늬를 먹음직스럽게 찍어낸다. 그 맛있는 무늬에는 우리네 조상의 생활과 바람들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그에겐 유독 수식어가 많다. 크리에이터, 미디어 아티스트, 미래파 예술가 등등. 하지만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 그는 그냥 ‘작가’라고 말하곤 한다.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골고루 해보고 싶은 만큼 아직 구체적인 수식어로 옭아 매이기 싫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작가라는 단출한 명명마저 사회를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한 임시 타이틀일 뿐. 그를
검은빛의 자동차 한 대, 맑게 빛나는 보닛 위로 어리는 나뭇가지에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마음속 깊은 곳, 잠자고 있던 소유욕을 자극하는 이 충격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동차로 다가간다. 순간, 충격은 놀라움으로 전이되며 다시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어느새 자동차는 사라지고 먹의 농담과 붓의 스침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