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는 파스빈더가 연출한 유일한 SF 영화다. ARD 텔레비전의 의뢰를 받아 제작된 2부작 TV 시리즈였던 터라, 1973년 10월 14일과 16일에 딱 한 차례 방영되고 어디에서도 공식적인 재상영이 이뤄지지 않았다. 가 온전한 복원판으로 세상에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2010년 베를린 영화제 덕분이었다. 파스빈더는 다니엘 F. 갈루예의 SF 소설 (1964)를 뼈대 삼아 의 각색 대본을 완성했다. 원작 소설에
너는 언제나 내 전화를 받았지. 정말 언제나 말이야.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한참 술을 마시는 중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거나 일을 하는 동안에도 너는 내 전화를 거절한 적이 없었어. 내가 혼자서 외로움을 잘 탄다는 걸 알기라도 하듯, 전화를 망설이고 있을 때면 먼저 “지금 전화 걸까?” 하고 물어오기도 했지. 내가 때로는 두 시간 내내 전화만을 연결한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기도 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도 너는 내 용건 없는 전화를 거절하는 법이 없었지.친구들이 내게 수원에 꿀을 발라두기라도 했느냐며 놀렸던 것 기억나? 돈도
헌법은 매우 중요한 법이다. 물론 필자가 헌법을 공부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부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택한 주제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헌법이 ‘객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법이라고 믿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600개의 법률 혹은 약 5,000개의 법령이 있는데, 헌법은 이들의 성립과 효력을 뒷받침하는 원천이다. 일반법이 국가로부터 만들어져 국민을 규율한다면, 헌법은 그 반대로 국민으로부터 만들어져 국가를 규율한다. 일반법이 국가작용의 산물이라면, 그 국가작용은 바로 헌법의
단과대 학생회와 특별자치기구가 힘찬 첫걸음을 뗀 지 반 년이 지났다. 이에 성대신문 보도부는 지난 학기 학생자치기구의 노력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각 인사캠 학생자치기구의 대표를 만나 공약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남은 임기의 사업 계획과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 호에서는 자과캠 학생자치기구를 살필 예정이다.
사회적 소수자는 장애가 있거나 경제적 수준, 국적, 젠더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인 차별을 받기 쉽다. 이러한 사회적 배제와 소외는 예술의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그들이 겪는 △경제적·신체적 어려움 △교육 부족 △정보격차 등은 그들을 예술의 주체가 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자신만의 예술을 펼쳐나가는 소수자들이 있다. 그들이 예술의 주체가 될 때, 남들과 구별되는 그들의 ‘소수자성’은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예술계의 새로운 파장을 일으킨다. 또한 사회적 소수자에게 예술이란 사회와 소통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
대학 생활을 막 시작한 스무 살의 나는 로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동아리에 대한 로망이 가장 컸다. 교내 동아리에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동아리 홍보 부스를 통해 풍물패 얼을 알게 되었고, 얼의 화목한 분위기에 이끌려 가입했다. 그렇게 나는 로망의 대부분을 풍물패 얼에서 이루었다.장구를 제대로 쳐 본 적도 없이 무작정 들어온 동아리였지만, 가을 정기 공연을 진행하면서 풍물놀이에 점점 빠져들었다. 다 함께 만든 공연은 풍물놀이와 풍물패 얼에 많은 애정을 갖게 하였다. 힘들었던 순간들
“대표님, 대표님의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대표님이 그렇게 질문하시면,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다시 하셔야 합니다.”나는 20년 넘게 국내 굴지의 유통회사에서 바이어로, 또 MD 전략팀장으로, 그리고 점장으로 일했다. 대표이사에게 중요한 보고를 하다가 답답해진 마음에 내뱉은 저 말 한마디로 회의실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내 질문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앞뒤 안 가린 내 태도가 문제인가?우리 시대(?)는 겸손(shy)이 미덕이었다. 아니, 겸손을 강요당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세월
아침이 되면 하루 여행을 시작한다.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여행의 맛을 알고부터 공간 이동에 시큰둥해졌다. 나이가 들어 몸이 고단해진 탓이 클 테다. 대신 시간의 마디마다 나름의 의미를 챙겨 보는 이 노릇도 꽤나 근사하다. 똑같은 일상이 마냥 똑같지 않다는 것도 똑같은 일상을 맞는 것 자체가 은혜로운 일임도 깨닫는다. 어떤 여행도 나를 키우지 않는 건 없다.
요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 GPT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한다는 점에서 이전 챗봇들과 다르다. 사람처럼 대화도 하고 에세이도 쓰고, 심지어 시와 신문 기사도 쓴다.현재의 챗GPT는 초거대 언어모델인 GPT-4(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version-4)를 사용한다.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고 추론할 능력을 지녔다. 생성형(Generative)이란 문자열, 그림, 음악, 음성 등의 답변을
5월 초는 축제의 물결이었다. 지난 3일에서 4일은 자과캠에서 성균제가 열렸고 7일과 8일은 인사캠에서 대동제가 열렸다. 성대신문 제1711호에서 보도면은 양 캠퍼스의 축제를 다뤘으며, 문화면에서도 대학축제의 현주소를 짚었다. 보도면의 ‘다시 분리된 대동제 콘셉트, 성균관 어떻게 담아냈나’에서는 지난해와 달라진 축제의 컨셉 전반을 다뤘다. 이번에 양 캠퍼스가 다른 컨셉으로 축제를 전개한 이유와 각 컨셉의 의미에 대한 학우들의 의문을 해소해 준 기사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축제 뒤 숨겨진 땀방울’에서 숨겨진 실무단과 학교 측의 노력
지금은 즉문즉답의 시대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 질문하고 답도 바로 얻을 수 있다. 잘 발달된 인터넷과 우수한 검색 엔진들, 그리고 최근에는 챗GPT라는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에 원하는 답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듯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식이 폭발하는 시대를 살면서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 되어 버렸으며, 대량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면서 주어진 정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현재를 4
처음 만나던 날을 종종 떠올립니다. (3,-1). 공책을 펴고 좌표평면을 그려 당신의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그때 작게 그려 넣은 검은 점이 작도의 시작이었다면, 어쩌면 모든 건 늦여름에서부터 출발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분주하고 소란스러운 공기 속에서, 당신은 책상 아래로 살짝 꼬은 다리를 늘어뜨리고는 통-통, 느린 속도로 발 리듬을 탔습니다. 목이 짧은 양말을 신은 탓에 리듬에 맞추어 복사뼈가 사라졌다가 나타났습니다. 당신의 모든 차림은 계획되어 있었고, 차림새에 있어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실수를 만들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