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이 드러난 후 학생의 참여를 강조한 지 오래됐다. 90년대부터 하버드니, 옥스퍼드니 말이 많았으므로 최소 15년은 된 셈이다. 그러나 최근 질문자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되었다 해도 자신이 직접 질문하는 것은 여전히 꺼림칙하다. 외국에선 자유롭게 토론이 진행된다는 전설 같은 얘기를 들으며 동경을 품는 이들이 왜 자신의 수업에선 그토록 움츠러드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한국의 눈치 문화의 핑계를 대는 것과 달리, 필자는 우리가 잘못된 질문에 너무 많이 노출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잘못된 방식으로 제기된 질문은 우리의
책을 또 사버렸다. 과제를 하려면 꼭 ‘그’ 책이 필요했던 건 아닌데, 과제 핑계를 대며 주문했다. 갖고 싶었던 책이었다. 집에 있는 책들은 쌓여간다. 통장 잔고는 바닥을 친다. 그리고 고민에 빠진다. 이 돈으로 무엇을 사야 했었나, 꼭 이 책을 사야 했었나, 이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다음에 돈은 언제 들어오나…. 막막함이 나를 눌러온다. 멍하니 생각해본다. 돈이 없다. 고민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돈 없는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배운 만큼의 능력? 지식? 다른 4학년 동기들은 취업을 향해 달려갈 때 나는
피부 속에 분포하는 감각점은 인간이 따뜻함, 차가움, 압력, 고통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이를 각각 온점, 냉점, 압점, 통점이라 한다. 봄날의 따스함, 꽃샘추위의 쌀쌀함, 포옹할 때의 알맞은 압력을 느끼는 것은 모두 감각점의 소관이다. 흥미로운 것은 온점과 냉점과 압점이 받아들이는 감각이 강해지면 그 감각을 고통으로 느낀다는 점이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요컨대 피부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극단에 이르면 고통이 되어 통점에 이르고, 이 때문에 몸이 안전하다는 것.고통을 느끼는 단위를 ‘국가’로 설정한, 내가
어느덧 개강을 맞이한 지도 한 달 남짓 되어간다. 그리고 이제 막 봄으로 접어드는 지금은 나와 같은 야구팬들에게 더없이 설레는 기간이기도 하다. 나 역시 모 구단의 열성팬으로서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가운데, 올해 KBO 리그를 좀 더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바로 신생구단 kt 위즈의 합류다. kt 위즈의 리그 합류는 9번째 구단이었던 NC 다이노스가 합류한 지 2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로써 지난 2년간 홀수 팀으로 운영되던 리그는 다시 짝수 팀으로 운영된다. kt 위즈는
복학생. 내게는 멀기만 했던 그 이름이 지금 나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2년간 세월은 내 생각보다 빨랐다. 학교생활, 학생, 선배, 후배 등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학교의 아버지 총장님도 바뀌셨고 못 보던 수업이 생겼지만, 또 예전에 듣던 수업들이 사라졌으며 선배들과 여자 동기들은 이제 학교를 떠나 사회에 나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선배들의 얼굴은 이제 학교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여자 동기생들도 마찬가지다. 그뿐만 아니라 아주 가끔 마주치는 그들의 모습은 나의 기억 속의 예전의 그들의 모습과 사뭇 달라져 있다. 그러나 그
휴학생. 학교를 잠깐 쉬는 학생으로서 휴학을 한번도 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앞서나가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고, 너무 인생을 쉬지도 않고 바쁘게 산다는 것 같아서 불쌍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각자의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 왔던 그리고 지금도 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지 지쳐서 몸을 회복시킨다는 의미만 있을까? 休(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많은 뜻들이 나왔다. 쉬다, 멈추다, 편안하다, 아름답다, 용서하다, 이별하다.‘쉬다’, ‘
매 학기가 시작될 때 마다 항상 대학생들에게 이슈화되는 것 중 하나, 바로 수강신청이다. 대학생활을 한지 이제 2년차이지만 아직도 수강신청을 할 때면 그 떨림과 긴장감은 여전히 찾아온다. 물론 자신이 시간표를 짜서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수강신청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막상 원하는 시간대 과목을 듣기 위해서는 정말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만큼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인터넷 검색창에 수강신청이라고 치면 연관검색어로 나오는 것들이 ‘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서울을 거닐다보면 지친 도시인들의 얼굴을 보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학생들로부터 힘겹게 직장 생활을 마치고 귀가하는 직장인들까지, 현대 사회란 그야말로 힐링이 필요한 공간으로 가득 차 있다. 현대인들에게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며 이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도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정신 치료 및 상담 분야의 영역 또한 점점 확장되고 있음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그러한 분야는 사실 적잖은 부담을 주는 접근법이다. 그러나 전문
알바를 하던 중이었다. 늘 그렇듯 인터넷을 보며 딴 짓을 하다 발견했다. ‘제주항공 신규노선 특가.’ 그 순간 방학의 무료함을 날리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고 따뜻한 곳이라면 그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친구와 그날 바로 표를 끊었다. 5박6일, 목적지는 베트남 하노이와 호이안. 옷 한 벌 배낭 하나 메고 간 내 첫 자유여행이었다. 비행기는 여러 번 타봤지만 아직 스스로의 계획에 의한, 자유로운 ‘여행다운 여행’은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여행을 즐기는 성격의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확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은 그
입학할 때 이미 낸 줄 알았던 학생회비, 이를 학기 초에 몇 선배들이 또 내라고 했을 때 인문과학계열 학생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0이 하나 더 붙은 액수를 보고 기겁했을지도 모른다. 올해 10월 말. 성균관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익명의 한 글이 올라갔다. 내용인즉슨, 학생회가 가전공 1학년인 자신에게 4년 치의 학생회비를 내라고 해서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이 글에 공감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댓글들로 북적거렸다.현재 인문과학계열 학생들은 학과 진입 전에 가전공에 속하게 된다. 가전공이라도 해도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일 년 전 이맘때는 격동의 시기였다. 철도 민영화라는 의제를 두고 철도노조는 유례없는 규모의 파업에 돌입했고 대선, 국정원 이슈와 맞물리며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이 집회를 이어 나갔다. 그러던 중 고려대학교에 한 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안녕들 하시냐고” 묻는 이 대자보는 순식간에 전국 곳곳, 각계각층에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화답을 받았다.
학생회를 경험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학생회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요새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은 바로 학생회와 학생 그 사이에 관한 것이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자신들을 대표하는 기구이다. 그런데 과연 학생들은 학생회는 그러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을까? 최근 학생회와 학생 사이를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그 둘 사이의 간극이 매우 깊다는 것이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학생회에 관심이 없고 참여하지 않는다.’ 라고 불평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학생회를 불신하는 부분이 조금씩 존재하고 실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