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신년 계획을 세우면서 올해에는 꼭 내 이름이 적힌 책을 하나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개인 출판을 한 적이 있는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요즘은 개인 소량 출판을 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대로만 주문하면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책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다만, 친구는 딱 하나만 걱정하라고 했다. “글이 모아놓고 보면 진짜 부끄러울걸? 나 그때 출판 준비하면서 수정을 몇 번 했는지 기억도 안 나. 그런데 그렇게 수정을 많이 한 글인데도 지금도 그 책 다시 펴보면 부끄럽다(웃음).”그동안 써놓았던 글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인생의 첫 기억이 있다. 6살 때 유치원 미끄럼틀 옆을 타고 내려가다가 밑으로 떨어진 게 나의 첫 기억이다. 교실로 돌아갈 시간이 돼서 친구들은 줄을 선채 내가 미끄럼틀에서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에게 모든 이목에 집중돼 있었다. 그때 내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부끄러움이다. 이후에도 내게는 소위 민망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횟수는 줄어들었고 그것을 느끼는 기준은 달라졌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이 내 생애 가장 뻔뻔한 순간이랄까.하루는 셔틀
늦가을을 줄곧 밀쳐내는 11월 중순 만추의 황홀한 자연의 마지막 향연이 인간의 마음을 스산하게 휘어잡는 것 같다.앙상한 나뭇가지와 바람결에 황금색 은행잎이 마치 허망하게 무너진 왕국의 지폐인양 시커먼 아스팔트 보도 위를 어지럽게 우수수 나뒹군다.해마다 오고가는 연말이지만 요즈음은 날이 갈수록 바짝 “삶의 마감”이라는 인생 뒷정리에 신경이 더욱 예민하고 초조해진다. 설상가상으로 어젯밤 달갑지 않은 가을비까지 짓궂게 내린 뒤끝이라서 그런지 초겨울 기운처럼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온몸이 움츠러든다.늦가을을 맞으면 어쩐지 낙엽이 떠오르고
최근 1학년들 사이에서 큰 이슈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누가 카투사에 합격했느냐?'란 것으로, 현재 입대를 앞둔 많은 남학생들의 주요 토론 거리가 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카투사에 지원을 하지 않아서 이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지만 주위에 있는 내 친구들은 누가 붙었나, 누가 떨어졌나 하는 데에 꽤나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이런 북적거림을 보고 있자니, 새삼 나도 군대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막연히 군대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게 자랑스럽다고
국정화 교과서 논란으로 사회가 떠들썩합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대성로에 이만큼 자보가 꽉꽉 채워진 풍경을 보는 것도 참 이례적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학우들이 국정화 교과서에 반대하며, 자신의 반대의견을 표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단 방증이겠지요.그렇다면 이렇게 국정화 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친일·독재를 미화한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침해한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파시즘이다’ 등 여러 근거들이 있겠지만, 결국엔 ‘기준이 변화한다’는 것으로 수렴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올바름
‘2015년 취업 신조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취업시장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신조어로 ‘N포 세대’가 꼽혔다. 지난 2011년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기획시리즈 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인 ‘삼포세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삼포세대(三抛世代)란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집값,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경제, 사회적 압박으로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나아가 ‘5포 세대’는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것, ‘7포 세대’는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세대, 마지막으로 ‘
레아 세이두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그녀가 나온 영화를 거의 다 봤었다. 그녀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분위기가 다양한 역할들에 맞게 녹아드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그중에서도 를 인상 깊게 봤는데 영화에서 그녀가 연기한 ‘엄마’ 역할은 기존의 영화들에서 표현됐던 ‘엄마’ 캐릭터의 전형을 벗어난다.의 가족 구성원은 단출하다.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 구성원에는 누나와 그녀의 남동생으로 단 두 명뿐이다. 두 명밖에 안 되는 가족이지만 둘의 사이는 실로 복잡한데, 이 둘은 남매 관계이자 모자 관계다.
어느덧 방송사 ‘Mnet’의 금요일 밤은 힙합 프로그램이 꿰차버렸다. 와 가 번갈아 가며 연일 힙합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우리 학교 축제 라인업에도 힙합을 조금만 안다면 알만한 래퍼들이 즐비하며 몇 년 사이 힙합이 메이저로 도약한 모양새다. 물론 1학기 다이나믹 듀오의 무대를 즐겼으며 길거리 힙합 음악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지만 한편으론 씁쓸함을 느낀다.힙합이 메이저 분야로 올라서면서 팬 층은 넓어졌지만 동시에 가벼워진 느낌이다. 즉, 힙합을 얕게 알고 즐겨듣는 팬이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힙합 관
국제 활동과 리더십에 관심이 있다면 국제리더십학생협회 우리 학교 동아리 아이섹(AIESEC)의 ‘국내 지역사회개발프로그램(GCDP)'을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이섹 활동을 직접 하며 알게 되었던 이 프로그램을 드디어 이번 여름에, 6주간 필리핀의 사회적 기업의 세일즈와 마케팅을 현장에서 느끼고 돌아올 수 있었다.나는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것들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고 싶었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알알이 채우고 싶었다. 이런 나에게 GCDP는 그에 딱 적합한 기회였고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됐다. 나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저녁마다 느껴지는 쌀쌀함이 점점 추위로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여름의 더위보다 겨울의 추위를 더 못 견디는 나로서는 이번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하지만 늘 그렇듯 겨울은 가고 봄은 온다. 날씨는 언제 추웠냐는 듯 금세 따뜻해진다. 조금만 견디면 될 일이다.하지만 우리는 작년 봄, 겨울의 추위보다 더했을 그런 차디찬 물속에서 기어코 스러져 가버린 생명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는 남은 생애 동안 그 순간을 잊지 못한 채 매분 매초를 평생 버텨내야만 하는 그들의 가
‘문송합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는 ‘문송하다’라는 신조어가 돌기 시작했다. 또 인문대생의 구십프로는 논다는 인구론 등의 단어는 낮은 취업률과 인문학을 경시하는 풍조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난 문과라서 ‘죄송’해야 했고, 인문학이라 당당할 수 없었다. 7월의 어느 날 밤, 나는 잠들기 전에 오늘은 페이스북에 무슨 소식이 있었나 보고 있었다. 많은 게시물 중에서 내 눈길이 갔던 글은 문과대 학술문화제 기획단을 모집한다는 글이었다. 평소 문과대 학생회를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고, 단과대의 학술
여름방학이 절반정도 지난 8월 초에 서울역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나는 방학 때 학교 도서관에서 자주 공부를 했는데, 그 날도 평소처럼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집이 1호선이기 때문에 지하철을 환승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릴 때였다. 갑자기 지하철 보안관이라는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나에게 핸드폰 사진첩을 확인할 수 있냐고 물었다. 내 앞에 서있던 여자 바지가 좀 짧았는데, 내가 핸드폰 하는 모습을 그 여자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내 사진첩의 사진은 정상적이었고,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