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화폐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배가 고프면 천 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허기를 달랠 수 있고, 만 원이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건 단순한 ‘음식’이나 ‘영화 표’가 아니다. 그 안에는 물건을 건네는 직원들의 친절과 웃음, 즉 그들의 ‘만들어진 감정’도 함께 어려 있다.감정노동에 허덕이는 사회‘콜센터 직원 자살사건’, ‘땅콩 회항’, ‘백화점 모녀’. 하루가 멀다 하고 감정노동자의 신음이 들려온다. ‘감정노동’은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가 창안한 말로
편의점편의점 택배는 애초에 아르바이트생에게 택배 기계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손님이 사용설명을 보고 직접 보내도록 하고 있다. 택배 사고 발생 시 아르바이트생에게 책임을 묻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간혹 왜 택배를 부쳐주지 않냐며 화를 내는 손님들이 있다. 상황을 설명해도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그냥 계속해서 택배를 보내달라며 소리만 지른다.D(경영대 09) 학우영화관한 남자 손님이 음료를 사 갔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다짜고짜 그 손님이 매점으로 찾아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음료 컵에서 콜라가 새 자신의 옷이 더러
부르지 마세요 ‘음료님’ 불러주세요 ‘우리의 이름’서비스업계의 치열한 전쟁은 ‘누가 고객에게 더 친절하고 공손하냐’는 명제를 둘러싸고 일어난다. 상냥한 웃음, 경쾌한 목소리, 공손한 말투 삼박자가 어우러지면 ‘성공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욱더 공손해지는 방법이 남았다. ‘주문하신 음료 나오셨습니다’ 바로 ‘사물존대’다.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사물존대는 잘못된 표현이라 배웠다. 하지만 교과서 밖 사회는 우리에게 사물존대를 가르쳤다. 높으신 고객을 더욱 높이기 위해 그들이 마시는 음료마저 높이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서비스
현 사회에서 청년들의 감정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청년들의 감정노동은 서비스 노동의 특성에 연령차별까지 결합하여 더욱 가중되는 경향이 있다. 본래 감정노동이란 개인의 감정을 조직의 목표를 위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재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청년들, 특히 아르바이트생은 고용이 불안하므로 더욱 감정노동에 취약하다. 언제든 해고의 위험이 있는 상태라면 문제를 제기하고 정당한 해결책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근로자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따뜻한 마을, 함께 만들어가요 당신의 옆집엔 누가 살고 있나요‘풀뿌리 민주주의’란 대중들이 지역 공동체의 운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과 실생활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지역 공동체라는 개념은 희미해진 지 오래다. 개인에게 집이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버렸으며, 이웃은 옆집 사람 그 이상의 의미를 담지 못한다. 그들이 놀고 배우고 일하면서 대부분의 생활을 보내는 공간은 이제 철저하게 지역 사회와 단절되어 있다. 2013년 '해럴드경제'는 직장인 600명에게 ‘위층과 아래층, 같은 층 이웃의 얼
OO은 대학의 탄생배경이 궁금하다.노리단은 지역 안으로 들어가 주로 주민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 그러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청년희망청’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 사업을 하며 일본의 청년 단체들과도 교류를 했는데, 이때 '마을을 캠퍼스로'를 슬로건으로 한 지역밀착형 평생학습마을인 ‘시부야대학’의 설립자를 만났다. 소개를 듣고 그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꼈고, 그렇게 희망청 안에서 새로 만든 사업이 마포는 대학이었다. 마포는 대학은 ‘마을 주민으로부터 배운다’에 가치를 두었다. 지역 내에서 청년들 스스로가 지역에 필요
구로시장의 패션거리 쪽으로 들어섰다. 북적거리던 ‘먹자골목’과는 달리 휑하고 썰렁한 분위기가 풍긴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점포도 눈에 띈다. 70년대 공단이 설립된 후 수많은 근로자들이 월급날만 되면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선물을 사기 위해 모여들었다는 구로시장은 이제 예전의 활기를 잃었다.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던 중 한 어르신이 말을 건넨다. “어디 찾아왔어? 이 근처에서 행사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도 많이 있던데 한 번 가봐.” 안내를 따라 골목으로 좀 더 들어가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무대가 만들어져 있고, 몇 명의 청년
“욕심내지 말고. 우리처럼 이렇게 살살 벗기지.” 어르신과 청년들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무를 깎고 있다. 여기는 마포의 한 임대아파트. 함께 나무를 깎고 있는 이 청년들은 바로 ‘마포는 대학’의 ‘명랑마주꾼’이다. 2012년, 이곳에선 100일간 6명의 주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대 청년부터 90대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명랑마주꾼은 침체된 분위기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서로 명랑하게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이름이다. 이듬해 이곳에 모인 청년들은 명랑마주꾼
우리 학교에도 정당을 통해 ‘정치 사랑’을 실현하려는 학우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신념을 좇아 들어간 정당이 오히려 꼬리표가 되는 시대, 당적을 밝히고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 가운데 흔쾌히 기자를 반겨준 사람이 있다. 대학생 정당원 최민석(경제 10) 학우다. 정당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턴가.고등학생 때 촛불집회를 겪었다. 당시 열기를 전하던 정당인들을 보고 ‘내 목소리를 전해주는 정치’라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 입학 후에도 시민으로서 내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
'한국대학신문'이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창간 27주년을 맞아 한국대학신문 대학생 평가단 포함, 전국 대학생 1,4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대학생의 86%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 정치인을 꼽은 응답도 85%에 달했다. 압도적인 수치지만, 대학가에 만연한 정치·정당 불신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현상은 아닐지도 모른다.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고찰한 최근 저서 에서 이 같은
지난 19일, 서울의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불광동에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마치 대학캠퍼스 같았다. 건물들 사이로 너른 잔디밭과 은행나무들이 있었다. 흙탕물이 고인 웅덩이와 은행 열매를 요령 있게 피하며 걷다 보면 하얀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오래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청년들의 해볼 만한 공간’ 청년청이다.청년청은 서울혁신파크 22동 건물에 있다. 이 건물은 서울혁신파크 종합계획에 따라 2017년 2월 철거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그때까지 놀리는 공간을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101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전문 영화인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상영하고 홍보하는 단체이다. 설립자인 이은경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리어프리영화의 모토는.배리어프리영화는 장애인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배리어프리영화는 어르신과 아이들, 시청각 장애인뿐 아니라 지적 장애인들도 모두 좋아하신다. 장애인들이 살기 편한 세상이 곧 모두가 살기 편한 세상이듯이, 배리어프리영화 역시 모두가 함께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영화사 ‘조아’의 대표이기도 하다. 위원회를 설립하게 된 계기
누군가는 영화의 아름다운 비주얼과 웅장한 사운드에 감탄하지만, 시·청각 장애인에게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영화 이해를 방해하는 하나의 장벽이다. 배리어프리영화는 영화를 둘러싼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자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본래 배리어프리(barrier-free)란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게 하자는 취지로 건축분야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건축·공공시설 외에도 제도적 장벽을 비롯해 각종 차별과 편견, 마음의 벽까지 허물자는 의미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배리어프
아마추어 리그를 통해 대학스포츠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는 농구, 축구 등 구기 종목 위주로 운동 동아리를 위한 리그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대학 농구 동아리의 활성화를 위해 ‘대학농구동아리 U 리그’를 개최했다. 올해에는 전국 57개 대학 74개 대학농구동아리에서 1,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수도권대학의 38개 농구동아리가 참가한 지난 대회에 비해, 규모가 전국단위로 확장됐고 여자부도 신설됐다.이번 대회에는 우리 학교 농구동아리인 ‘농성회’와 ‘프렌즈’가 참가했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국제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차이에서 찾는다. 서강대 정용철(체육교육) 교수는 “비슷한 사례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동호회 수준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엘리트 선수들을 적극 참가시켰다. 정 교수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는 1위를 목표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인식은 대학스포츠를 엘리트 스포츠 중심으로 운영되게 했다. 하지만 엘리트 중심의 대학스포츠는 이제 대중의 관심을 잃었고 여
지난 11일 새벽 6시 20분, 서대문구의 한 설렁탕집 앞에서 택배기사 김형민 씨를 만났다. 꽁지머리에 야구모자를 쓴 형민 씨의 귀에는 검은색 블루투스 이어폰이 꽂혀있었다. “담배 펴요?” 형민 씨가 기자에게 처음 던진 질문이었다. “나 담배 진짜 많이 피는데, 아들 녀석이 담배 연기를 싫어해서…” 우리는 난지도를 지나 서울 외곽의 물류센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김 씨는 00택배의 한 영업소에 속했다. ‘속했다’고 표현했지만 택배기사들은 엄연히 말해 개인사업자다. 택배기사들은 개인소유의 지입차량을 갖고 운수회사
'셰어 하우스'란 여러 사람이 개인적인 공간을 따로 가지고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은 공유하며 함께 거주하는 생활양식을 말한다. 임대료와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이점과 개인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주거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이점을 함께 갖고 있다. 1~2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 개념이 등장하여 현재 보편화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심과 함께 점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도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 ‘두레주택’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적 기업 ‘
현재 성북구에서 살고 있는 성신여대 서양화과 이유진씨의 룸메이트는 70대인 주인 할머니, 80대 작은 방 할머니, 대학원생 언니이다. 이 색다른 동거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대학생-어르신 주거 공유 프로젝트인 ‘룸 셰어링’ 사업으로 이루어졌다. 타인과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그들의 생활기를 들어봤다.룸 셰어링 사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대학 합격 후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원래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다. 기숙사는 11시 반이면 문이 잠기기 때문에 미술 전공이라 야간작업이 잦은 나는 걸핏하면 밖에서 밤을 지
책이 가득 찬 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평한 지식의 보고다. 그러나 어떤 지식은 글로 남기기보다 마주 보고 전달하는 편이 낫다. 도서관은 이런 지식을 포기해야만 할까? 2000년 덴마크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은 말하는 책, ‘사람책’을 고안해 이 딜레마를 해결했다. 읽고 싶은 책을 빌려 가듯 만나고 싶은 사람을 빌려 가는 ‘사람도서관(Human Library)’의 시초다. 사람 간의 대화를 통해 지식과 경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다. 덴마크 청년 비정부기구 'Stop The Violence'가 뮤직페스티벌에서 운영한 것
현재 위즈돔에는 서울에만 1,600명 이상의 ‘사람책’들이 등록돼 있다. 사진작가, 수공예 장인부터 인문학자, 소설가는 물론 싱글맘의 노하우, 워킹홀리데이 경험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그 면면은 다양하다. 지금까지 이뤄진 만남은 5,500건, 참여한 사람은 3만 6,000명이 넘는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갈 수 있을까.위즈돔에서 활동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미 개설된 만남에 참여하는 것이다. 위즈돔 홈페이지의 ‘참여하기’ 카테고리에서 유형과 지역을 선택하면 날짜가 가까운 순으로 개설된 만남을 보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