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대문학상 희곡 및 시나리오 부문에는 총 7편의 시나리오가 응모되었다. 학교, 학원, 고시원, 술집을 배경으로, 사랑과 성(性), 야망과 절망을 다루는 작품들이 올해에도 주종을 이루었는데, 사회 분위기 탓인지 성 혹은 열정을 절취하는 사회에 관한 비판적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어디에나 카메라가 있고, 어떤 일이든 ‘동영상’
#1. 어느 주택 옥상 / 밤 검은 화면. 잔잔한 음악이 깔리기 시작하더니 (v.o.)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줍니다.’ 한때 어느 회사의 광고문구였다. 이 잔혹한 문장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 난 어떤 사람일까. 전형적인 고시원의 복도가 보이고, 경수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복도 안쪽으로 걸어간다. (v.o.)
등장인물암컷 배수지(21) 안주리(24) 박은지(21) 조인애(23)수컷 이진구(23) 고중래(26) 최동수(26) 유상권(24) 한경남(21) S#1. 자취방 동네 길가 / 밤공허하고 흑암(黑暗)이 깊은 밤. 한쪽은 보도(步道)고 다른 쪽은 차도다. 차도에는 차가 없고, 보도에는 사람이 없다. 붉은색 십자가가 꽂힌 교회가 보인다. S#2. 자취방 / 밤화
1939년 9월, 정지용은 문예잡지 '문장'에 박목월과 박두진을 추천하면서 “이십 전후에 서정시로 쨍쨍 울리는 소리가 아니 나서야 가망이 없다”고 하였다. 시의 “쨍쨍 울리는 소리”는 어떤 것일까?올 성대문학상 시 부문에 20대 청춘들 61명이 126편의 시를 보내왔는데, 작년 58명이 127편의 작품을 응모한
당신의 기억을 밟고 오랜동안 서 있다그 기억에서 한 걸음이라도 떨어지면꼭 죽을 것 같아멀어지는 그대 뒷모습을 바라보듯아스라이 기억의 걸음을 떼지 못하고 점점 아득해지는 어둠이 쌓인다 수상소감 이구익(언론정보대학원08)나는 ‘비어있음’의 힘을 믿는다. 결핍에서 오는 간절함, 그것은 채워짐에 대한 믿음이다. 슬픔의 공허함도, 때로 좌절과
10년 동안 나를 선인장처럼 견실하게 키워준 옷가게를 닫아야 한다같은 건물에 같은 계열사가 오아시스같은 브랜드 매장을 그랜드 오픈 한단다그러니 우린 모래처럼 그랜드 클로즈 부모님은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사정사정 했다가 사오정 취급만 당했다 구멍을 똥구멍으로 알고중소를 개소로 알고맘몬을 맘마로 아는사막 같은 세상에서단물 빨린 껌처럼귀 뜯긴 사오정처럼우리는 철
완결되지 않은 시 같은 일상을빗나간 복권처럼 흩어버리고 나선 퇴근길을 끌고들어선 동대문 환승역에도라지를 다듬으며 일상의 태엽을 감는 할머니를 본다‘1588-친구친구’를 외치며 광고판을 돌리는 톱니바퀴와도라지를 다듬으며 도는 등 굽은 톱니바퀴가등을 맞대고삐걱대며 시간을 돌리고 있다태엽도 서로 등을 맞대고 달리면초침이 흐른다는데손자 젖 물
이번 성대문학상 소설부문 공모에는 총 16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응모 기간이 짧았다고는 하나 예년에 비해 적잖이 줄어든 셈이고 응모작의 수준도 고만고만했다. 물론 대학문예가 가장 첨예하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지고, 또 그럼으로써 본격문학을 넘어서는 가능성들을 보여주는 시대는 이미 아니다. 여기저기서 우리사회의 쇼비니즘과 무기력, 과오들을 오늘의 대학생들에
오늘은 C를 만났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다. 또한,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그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관계는 진작 깨어져버렸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는 열 두 간지를 두 번 돌고 또, 거기에 2년을 더한 만큼의 시간 차이를 두고 태어났다. 가끔 내가 태어날 때의 그를 상상해 본다. 생기
진짜 같았다. 그가 묘사한 인체의 손, 발, 가슴, 다리 등은 조각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생동감이 넘쳤다. 물체를 움켜쥐는 손가락 관절의단단한 악력이 감상자에게 전달되었고, 뭔가를 걷어차는 형상의 종아리 근육에서는 핏줄이 돌며 피가 순환할 듯한 혈기가 느껴졌다. 작품에는 사람을 흡입하는 마력 같은 게 있었다. 쓸쓸한 정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절되어 있는
올해 40살이 된 고고학자이자 보물발굴업자 조지 맥스웰은 독일의 거부 하인리히 슐리만이 트로이의 유적지를 발굴해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순식간에 전율에 휩싸였다. 심장이 그 어느 때보다 두근거렸다. 그것은 마치 맹수와 마주선 사람의 기분과도 같았을 지도 모른다. 그는 조용한 흥분을 금치 못하였다. 그 역시 트로이가 신화의 일부였을 뿐이 아니라 실재했던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