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에 몸담게 된 순간부터 대학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스스로 계속 되물었다. 에브리타임보다 느린 정보와 지면 기사에 익숙하지 않은 학우들 사이에서 ‘학보 기사’가 설 수 있는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 그럼에도 슬기롭게 대학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성대신문을 보며 재차 감탄했다.먼저 1면부터 3면까지 이어지는 자과캠 공약 점검 기사는 1699호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사였다. 시들어가는 학생자치 가운데서 학생회의 공약 이행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학우들은 적어지고 있다.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단과대의
닿을 수 없지만 고마운 당신.
성대신문이 1700호 발간을 맞았다. 그렇게 준비하게 된 1700호 특집에서는 그간 다룰 일 없었던 신문사의, 기자들의 이야기를 싣게 됐다. 여느 때보다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시작한 취재였지만 인터뷰에 담긴 기자들의 말을 따라가고 있자니 특집 기사는 끝을 보이고 있었다.글은 그 사람의 세계를 닮아 있다고 한다. 기자는 분명 글로 팩트만을 전달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그 글에는 기자의 세계가 담겨 있다. 이 신문에 담긴 기사들도 꼭 그런 것 같다. 누군가의 글은 사려깊고, 어느 글에는 열심인 모습이 있다. 이제 막 발간을 시작한 준
나는 인간의 건강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을 연구한다. 2014년 하버드대학 사회학 교수 David Williams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간의 건강은 유전(genetic code)이 아닌 우편 번호(zip code)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어느 지역에서 자라왔고 거주하고 있는지가 건강을 결정짓는 중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Germ Theory의 발견 이후 질병의 원인을 과 같은 개인적인 요소로 설명하던 의료계의 선행 연구와 차이가 있다. 병원에 가면 가족력부터 조사하는데, 의
작은 것에도 가득 찰 수 있는,속좁은 기쁨반 어린이가 되길.
우리의 삶은 제도에 대한 신뢰로 돌아간다. 수원에서 혜화동까지 등교하는 학생 A의 아침을 추적해 보자. A는 다음날 9시 수업을 위해 오늘 막 구입한 자명종을 6시에 맞추고 잠자리에 든다. 6시에 맞춘 이유는 집에서 출발하여 지하철을 이용 학교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A씨는 노량진역에서 용산역으로 가며 유난히 한강에 비치는 아침 햇살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는 혜화역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간다.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하루의 시작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과 3시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에 A가 몇 가지 모험을 하
가끔은 이어폰을 빼고 세상이 전하는 이야기에 집중해보면 어떨까요?
본지의 지난 호와 이번 호에는 단과대의 중간공 약점검이 실렸다. 공약점검은 매년 이맘때쯤 보도 되는 기사로, 필자도 지난해에 보도부 소속으로 단 과대 공약점검 기사를 작성한 경험이 있다. 각 학생 회가 공약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학생회를 선출한 학우 인터뷰가 필수적이다. 그때도 지금도 기사를 쓸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학생회 컨택도, 공약 이행 여부 판단도 아닌 학우 인터뷰다.단과대에 소속된 학우를 찾기 어렵지 않은데도, 해당 학생회가 했던 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나 바라는 점을 물으
에브리타임 푸시 알람이 달갑지 않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HOT 게시판에 올라간 게시글은 나와는 아무 상관 없게 느껴질 때가 많고,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에브리타임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어디를 가든 보이는 것은 욕설과 비방이다. 이 끝없는 혐오의 시작은 어디일까?『보통 일베들의 시대』는 저자의 2014년 논문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을 뼈대 삼아 살을 덧붙인 책이다. 8년이 지난 현재, 일베는 침체기를 맞았지만 일베가 남긴 영향은 여전하다. 사이버 공론장에는 몇 년째 혐오가 넘쳐나
나는 일 년에 꼭 한 번씩 배가 크게 아팠다. 그리고 꼭 밤에 앓았다. 그래서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배앓이는 늘 밤을 새워 가며 나를 힘들게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우리 엄마를 힘들게 했다.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내가 처음으로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갔을 적에 내가 수영장에서 다치진 않을지 걱정이 되어 나 몰래 수영장까지 쫓아오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날 밤 너무 신나게 논 나머지 다리가 아프다며 칭얼거리던 내 옆에서 엄마도 아프다며 웃으셨고 서로의 다리를 주물러준 후에야 우리는 잠에 들 수 있었다. 하지
성대신문 보도부는 지난 호와 이번 호에 걸쳐 양 캠퍼스 단과대 학생회의 공약 점검을 진행했다. 나는 경영대, 정보 통신대, 자연과학대 총 3개의 단과대 학생회장님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사를 썼다. 그간 썼던 기획기사들과는 달리 다소 정해진 형식이 있고 길이도 길지 않아서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느 기사를 준비할 때와 다름없는 걱정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기사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운 것은 항상 ‘인터뷰이 컨택’이다. 소재를 찾고 흐름을 기획해 글을 써내는 것은 혼자서도 해낼 수 있지만, 내가 쓸 기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은 선진 기업을 따라 하는 패스트팔로우(추격자)에서 벗어나서 퍼스트무버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빠른 추격자 전략이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성장의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퍼스트무버(선도자)로 가야 하며 이를 달성 하기 위한 방법으로 월드퍼스트(세계최초)를 강조한다.세계 최초 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일본의 소니라는 회사이다. 지금은 게임, 음악, 영상 등의 사업이 전체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기업이 되었지만, 80년대, 9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