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여름이 지났다. 여름내 무성히 자란 풀과 나무 사이로 어느덧 쾌청한 바람이 스민다. 하늘은 이제 높고 푸르다.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 가을에 친한 친구와 수다 떨며 걷기 좋은 “건축적인” 장소 5곳을 추려 독자들에게 추천 드리고자 한다.1. 서울(한양) 성곽길성곽길은 낙산길(동), 인왕산길(서), 남산길(남), 북악산길(북) 4개 코스가 있다. 이중에서 낙산길이 건축적으로 가장 아름답다. 낙산길은 동대문역사공원, 낙산공원, 혜화역을 관통하는 코스다. 오를 때는 푸른 하늘을 보고, 내려올 때는 짙은 숲을 보는 맛이 좋다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앨터스 시 주택가의 차고. 대학을 중퇴한 스물한 살의 청년이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라고 해야 고작 개인용 컴퓨터 2대를 조립 생산하는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다. 곧이어 청년은 회로 기판 50개를 만들어 개당 500 달러씩 컴퓨터 상점에 납품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이 회사는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회사는 날로 성장했다.1984년 1월엔 타사 제품과는 전혀 다른 컴퓨터를 세상에 내놓았다. 칙칙하고 검은 화면에 흔들리는 녹색 글자를 일일이 키보드로 쳐야만 작동하는 IBM 제품과는 달리 화면에 표시된 아이
미생물과 로봇은 여러 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여기서 로봇은 산업용 로봇으로 자동차 산업 및 흔히 알고 있는 기계 공장에서 단순 반복의 작업을 인간을 위해서 수행한다. 또한 인간이 접근하기 위험한 환경에서 로봇의 역할은 크다 할 수 있다. 한편, 미생물은 산업용 세균으로 원당 (미가공 설탕)을 발효하여 알코올을 생산하거나 가축용 필수아미노산을 생산하여, 식품 및 생명공학 산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첫째, 미생물과 로봇은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로봇은 전기에너지가 공급되는 조건에서, 전/후공정의 연결내용에 제약이 없는 한 쉬
“거짓말은 날아서 오고 진실은 그 뒤를 절뚝거리며 따라온다”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금언이 너무나 실감 나는 요즘이다. 우리 언론 현실은 어둡다. 가짜뉴스라는 황사가 온 나라를 뒤덮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이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정통 저널리즘의 기억은 황색 언론의 바다에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와의 싸움은 언론의 역사만큼 길고도 깊다.1898년 2월 15일 저녁 무렵, 쿠바 하바나 항에 정박해 있던 미국 군함 메인함의 어마어마한 폭발로 260여 명의 미국인이 죽고 순식간에 침몰
“수학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거예요?” 수학을 공부한다고 말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들으면 나도 언뜻 대답이 떠오르지는 않을 때가 많다. 질문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기도 하거니와, (기계공학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 라고 질문해도 한마디로 대답하긴 힘들 거다.) 평소에 별로 생각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이걸 어디에 쓰겠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본인의 흥미와 호기심을 따라 연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흔히 수학을 응용수학, 순수수학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곤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수학
얼마 전 서점에서 책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신경 끄기의 기술 (부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보자마자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제목만으로도 이목을 끌겠구나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2016년도 한국 성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OECD 38개국 중 31위라고 한다. 하위권이다. 우리 모두 상당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트레스, 그 원인이야 많다. 그 중 하나는 너무 많은 것들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경 끄는 기술을 알려준다니 단박에 관심이 갔던 것이다. 또
몇 년 전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묻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물어보기로 한 수업에 간 적이 있었다. 여러 질문 중 지금 직업이 자신이 정말 원하던 직업 혹은 꿈이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재다능한 사람이 아니었던 나는 무엇이 싫은지 무엇을 못 하는지는 비교적 일찍 깨달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꿈은 없던 고등학교 시절의 나에게는 우주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매우 복잡하지만, 체계
요즘에 우리 학교 학생식당에서 식권을 구매하려면 종업원이 아니라 기계에서 사야 한다. 콜택시나 대리운전을 부를 때도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대신에 스마트폰에서 앱을 작동시키면 알고리즘이 가까운 택시나 대리운전기사를 배정해준다. 증권 관련 인터넷 신문기사를 읽다 보면 로봇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발견된다. 그렇다면 지금 질문해보자. 식당 종업원, 콜센터 직원, 기자들의 일자리는 없어지고 있는 걸까? 더 나아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선택하는 직업은 내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안전하게 남아 있을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은 오늘
화창한 봄날의 캠퍼스에는 새내기 대학생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초중고 12년간 열심히 공부했고, 자랑스러운 우리 성균관대학교의 가족이 되었으니 행복한 대학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학과와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셨나요? 앞으로 4년간 배울 학문에 대하여 소신과 포부를 가지고 결정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고, 여러분들의 선배들 역시 그랬듯, 입학점수에 맞추어서, 좋아 보여서, 인기학과라서, 입시학원 선생님이 추천해 주어서 등이 아니었나요?대학에 와서 전공 공부를 하다 보면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적
2002년도부터 강의를 시작했으니 교육자로 지내온 세월이 벌써 16년째다. 16년째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좋은 교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직도 고민 중이고 교육자로 존재하는 이상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좋은 교육에 대한 답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겠지만 근래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교육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을 하나 얻었기에 이 기회를 통해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필자는 삶의 목적을 찾으려 방황하다 보니 학업 기간도 길어졌고 결혼도 늦어졌으며 그만큼 아이도 늦게 낳았다. 40세에 낳은 큰딸이 올해 초등
성균관대학교 신문으로부터 글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내 연구 주제를 설명하는 글을 써볼까 하고 잠깐 생각했다. 내가 지금 하는 연구에 대한 글은 쓰기 쉽다. 이미 써둔 원고가 많으니까. 하지만 내 연구에 대한 글을 쓸 기회는 많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구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무언가 작게라도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다. 대부분의 우리 학교 학생들처럼 나는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 성실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교수님 말씀을 열심히 들었고, 시험 기간에는
나는 사회학입문을 가르친다. 벌써 9년째다. 강의가 열릴 3월 즈음이 되면 설렌다. 어떤 학생들이 들어올까? 내게 무엇을 기대할까? 올해 새롭게 조망해야 할 사회 이슈는 무엇인가? 학기 말에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하나 있다. 대학생활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다. 주제는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어떤 긴장과 갈등을 경험했는가’이다. 사실 나만의 이 전통은 내 지도교수로부터 배운 것이다. 석사과정 당시 지도교수였던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는 80년대를 시작으로 10년간 사회학개론 수업에서 같은 보고서를 요구했다. 공교롭게 내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