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힘이 지배력의 본질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근대세계가 제국과 식민지를 나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서구사회가 자기의 땅 밖으로 멀리 뛰쳐나갈 수 있는 운송수단을 갖고 있었던 탓이다. 19세기 후반 동아시아인들이 직면했던 ‘서세동점’이라는 상황은 수천 킬로의 항해가 가능했던 서양 각국의 군함에 의해 구현된 일이다. 그들은 갈 수 있었던 모든 곳에서 무엇인가를 가져와 자기 나라에 축적하는 일을 계속했는데, 그것은 이동의 능력을 국가의 팽창에 집중하던 시대의 풍경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동하는
어느덧 5월, 겨울과 초봄에 앙상하던 풀과 나무들은 자신의 본성에 따라 푸르른 잎과 매혹적인 꽃으로 계절 속에서 자기 자리를 잡느라 분주하다. 우리는 이와 같은 분주함의 자연스러움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또 잠시나마 팍팍한 생활에서 벗어나 소소한 위안을 받기도 한다.사람에게는 자유로운 의지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유학(儒學)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하였다. 이를 오늘에 맞게 설명하면, 사람들은 양심(良心)이라는 초석 위에서 각자 자신의 관심과 기호 및 재능에 맞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우유를 마시고 배앓이를 해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법도 하다. 이를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 / Lactose Intolerance)이라고 하는데, 심한 경우 복통과 설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운전해야 하거나 등산을 가는 경우 내가 우유를 피하는 이유다. 30년 전에 이 용어를 처음 가르쳐 주신 교수님께서는 우유를 마실 때 꼭 요구르트를 같이 마시라고 하셨는데, 그 강의를 같이 들었던 친구 중에 몇 명은 아직도 진짜로 그게 버릇처럼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버릇이 생활의 지혜인지 배움의 결과인지에
1986년 1월,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에 입학허가를 받은 나는 전공하려는 학문의 핵심 언어가 ‘한문(漢文)’이었기에 예습을 하고자 당시 대구에 있던 어떤 노한학자를 찾아가서 배움을 청했다. 30년도 훨씬 넘은 세월이지만, 그때 풍경은 잊혀지지 않는다. 첫날, 선생님이 책장에서 『논어』를 꺼내어 앞으로 이 책을 읽자면서, 책을 펼쳐 첫 구절을 읽고 해석해 주셨다. 그 문장은 바로 다음과 같다.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그것을 항상 익힌다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논어』「학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이 격돌하여 세기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바둑 경기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아직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지 않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의 염원과는 달리 이세돌 9단은 5회의 대국에서 4승 1패로 알파고에 패하였다. 전통 보드게임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스에서는 IBM사의 딥블루(Deep Blue)가 1997년 그랜드 마스터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하였고, 쇼기(일본 장기)의 경우 머신러
우리가 일상생활에 몰두하다 보면 나라 밖 상황에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데 그러다간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으므로, 틈틈이 국제사회 변동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21세기 블루 오션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국제정치를 한번 공부해보기를 권한다. 국제정치는 우리가 익숙해 있는 국내정치와는 다른 속성과 논리에 의해 운용되므로, 처음엔 생소할지 모르나 공부할수록 새로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기본적으로 국제사회에는 중앙정부가 없어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정치의 핵심인 민주주의자유평등 등의
“내가 들으니 옛날에 학문을 했던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 공부’를 했는데 지금에 학문하는 사람들은 ‘남을 위한 공부’를 한다고 한다.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면 성현(聖賢)의 경지에 이를 수 있지만, 남을 위한 공부를 하면 겨우 과거에 급제하여 명예를 취하고 녹봉이나 얻는 것을 꾀할 뿐이니 어찌 잘못이 아니겠는가!”우리는 왜 공부를 할까?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테지만 크게는 목적으로서의 공부와 수단으로서의 공부,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성찰과 수양을 통해 나 자신을 성장시켜나가는 공부가 전자라면,
최근 1인 미디어 플랫폼 증대뿐만 아니라 간단하게 조작 가능한 취미용 드론(drone)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드론은 1,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적 목적으로 연구된 바 있는데, 초기에는 열기구 형태로 출발하였다. 1898년 미국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선박에 대한 원격조종 기술을 개발한 후 본격적인 원격조정이 가능한 드론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군사 목적으로 다양한 크기를 가진 드론이 개발되었는데, 대중화된 드론은 1921년에 등장한 쿼드콥터(quad-copter, 프로펠러가 4개
건강한 치아(齒牙)는 5복 중의 하나로 불릴 만큼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신체 기관이다. 야생동물들이 늙어서 이가 빠지면 사냥을 못 하고, 또한 먹을 수가 없어서 죽는다고 한다. 그만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신체의 부위가 아닌가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 때만 해도 노인들 중 치아가 다 빠져서 없는 분들이 많았다. 그랬던 우리나라에 최초로 치과 의술이 들어온 것은 1915년, 치과의사였던 미국 선교사 W.J Scheifley 가 세브란스 연합의학교에 치과학 교실을 시작한 것이 최초의 서양 치과의학
나는 요즘 연극 대본을 읽고 있다. 어제는 바이올린을 연습했다. 보름 전엔 성악 레슨을 받았다. 푸치니의 아리아 ‘콴도 멘보’. 그리고 커피잔 옆엔 물감과 붓이 놓여있어 매일같이 그림을 그린다. 미세플라스틱의 바다로의 유입을 막으려 플라스틱 용기에도 그려본다. 미래의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 하는 나만의 노동이 또 있다.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철학을 전하는 헤르메스다 (이고 싶다). 밥에 간장만 찍어 먹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나날, 우리의 인생, 철학도 마찬가지다. ‘철학 한 개만 공부해도 일생이 모자라는데 그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는 모교 성균관과 떼어놓을 수 없다. 언필칭(言必稱) 반만년의 유구한 문화사를 자랑하고, 1만년이상의 유적 유물을 통해 우리 민족사의 증거와 이야기가 전해오는 우리 역사에서 대인(大人), 군자(君子), 주자(子), 동량(棟樑)이 되는 리더를 기르는 학교- 태학, 국자감, 주자감, 성균감, 성균관, 국학, 서원, 요(寮), 재(齋) 등에 대한 기록들이 존재한다. 서경천도(고구려고토회복)를 주장하던 묘청의 난을 진압한 사대-기회주의자 김부식이 편찬한 (고려 인종 23년 AD1145)와 몽고에 항전하던 충선
최근 몇 년 동안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우리 생활 속으로 진입한 가전제품이 하나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스피커이다. 유행하는 캐릭터나 인기 있는 영화 주인공을 이미지화한 이 스피커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인공지능 스피커란 우리의 목소리를 텍스트로 변환하고 그 텍스트로 검색한 결과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분석하여 그 결과를 음성으로 답해주는 기기이다. 쉽게 말하면 커뮤니케이션을 음성으로 주고받는 최첨단 기기이다. 스피커가 하는 행위 자체만 보면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인공지능 스피커에 적용된
1984년 대학교에 입학했으니, 지금 20대에게는 어느 새 함께 차나 술을 마시며 ‘대학의 길’을 논하기에는 이미 불편한 세대가 되었다. 진리에 고금이 없듯이 학문을 논하는 것에도 옛날과 오늘은 없다고 믿고 있지만, 학문하는 ‘동향(動向, trend)’의 ‘오늘’과 ‘옛날’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대한민국 사방에서 인문학공부 열풍이 뚜렷한 추세(trend,동향)였을 때도 삼강령[‘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신민’(新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이 과연 오늘날 대학(인)이 가야 할 길[道]에 부
오늘 학부생 3명과 점심식사를 했다. 학과 홈커밍데이 행사에서 경품으로 발행한 “교수님과의 식사권”에 당첨된 학생들과의 식사였다. 다들 교수와의 식사를 조금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수업에 얽힌 뒷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는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어느새 식탁의 주제는 ‘취업’에 관한 것으로 흘렀다. 취업을 준비 중인 4학년 학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에는 성장 과정, 전공, 경력 사항을 포함해 가장 중요한 입사 동기, 입사 후 포부 등을 쓰게 되는데, 이 내용
봄학기 축제도 끝나고 기말시험의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다가오는 듯한 심기 불편한 세월에, 늦봄 날씨는 지나치게 화창하다. 일상이 되었던 미세먼지조차 잠시 자제해주고 있는 화창한 늦봄 날씨는 오히려 폭풍전야의 불안함, 불확실함의 전조라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 것은--, 이제 우리가 익숙한 세상에서 익숙한 전략과 전법으로 하루하루 반복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세상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음을 이제 우리 모두가 나날이 절감하기 때문일까?우리가 익숙한 세상이 예측가능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이런 예측 가능한 세상에서 예측 가능한 미래를
1980년대에 활약했던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는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 드리겠다니깐요”, “일단 한번 보시라니깐요” 등의 유행어를 남겼다. 30년이 지난 작금에도 유행어가 모방,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라는 제목의 연속극이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다. 요즘 대중매체에 출연하는 연예인, 뉴스해설가,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의 해설위원 등의 방송인들이 “일단”이라는 어휘를 무차별적으로, 빈번하게 사용한다는 인상을 준다. 최근 필자가 시청한 한 지상파 뉴스프로그램에 출연
한 외국인 학생이 강의 중에 물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소중한 기회에 강의만이 아니라 한국 학생들과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된다는 하소연도 덧붙였다.그건 그 외국인 학생뿐 아니라 사실 내게도 고민이었던 점이다. 학기의 절반이 지났지만 토론과 질의응답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특정 지역 출신 외국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인 학생들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결국 한국 학생들의 입장까지도 외국인 학생들이 대신 유추하여 논의한 끝에 아쉽게 강의가 끝났다.강의가 끝나
2006년 3월 처음 성균관대에 부임한 후 벌써 1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 공과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 학위과정 중에 습득한 지식과 경험, 노하우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잘 감당해낼 수 있는 인성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내겠노라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13년의 시간이 흘러간 지금 이 처음의 다짐을 잘 실천해왔는지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지만 진정으로 학생들의 성공을 위해 달려온 지난 13년이었는가를요.전 로빈 윌리암스라는 영화배우를
새 학기에 학생성공센터가 문을 열었다. 학교와 학생의 소통을 강조하며 출발한 학생성공센터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무엇이 이 센터의 ‘성공’일까? 현재의 취업상황이나 트렌드에 대한 적응을 강조하면서 이미 정해진 성공 모델을 위한 프로그램에 학생을 적극 참여시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학생이 내 인생의 성공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되는 것이 이 센터의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과연 나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대학 생활 내내 답을 찾기 위해 근본으로부터 고민하고 토론해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일이다. 어느 날 저녁 어스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와 엄마에게 진지하게 하는 말이 “엄마들은 참 이상해요. 세상에서 자기 아이들을 제일 미워해요” 아들의 이야기인즉슨, 아이들과 밖에서 놀다가 함께 친구 집에 들어갔는데 그 엄마가 그 집 아이만 야단을 치더란다. 우리 집에 들어와도 엄마가 나만 야단을 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 집에 가서 보고 ‘아~하’ 깨닫고 나름 내린 결론이다. 그 아들이 지금 박사과정 말년 차다.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할까? 그럼 그사이에 뭐가 달라진 걸까? ‘사랑은 받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