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빠른 초겨울에 찾아간 대림미술관은 고요한 광채에 휩싸여 있었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은 어두운 방에 쏟아지는 흰 빛으로 마치 겨울밤을 연상시켰다.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 스와로브스키라는 전시회를 진행한다는 데에 고개를 갸우뚱할
어떤 이가 한 나라의 왕이 되면 좋을지 생각해보셨나요? 그럼 왕이 되기 위한 자질 중 가장 필수적인 능력에 대해 한 번 논해봅시다.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누구든지 설득시킬 수 있는 대화술? 그것도 아니면 모든 문제 상황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명석한 두뇌일까요? 물론 이 모든 것을 리더가 가지고 있다면 나쁠 것은 없겠지요. 하지만 왕으로서 가장 필수적
굽이굽이 펼쳐지는 긴긴 겨울밤, 머리맡에 명랑만화를 잔뜩 쌓아놓고 흐뭇해한 적이 있는가? 뜨뜻하게 데워놓은 장판 위에 배를 깔고, 손가락에 침 묻혀가며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쁨을 기억하는가? 낄낄거리며 귤이라도 까먹으면 금상첨화다. 이 기억 한 켠에는 아마도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 서당?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겨울밤의 지루함을 달래
한 영웅이 있었습니다. 그의 입이 아름다운 노랫말을 뱉을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용기가 자라났습니다. 성자와도 같은 남자 덕에 사람들은 난폭한 지배계급들에게 서슴지 않고 욕설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꿈이었습니다. 이것은 영웅도 성인도 아닌 자의 이야기입니다. 행동하는 대신 투덜거릴 만큼의 용기만을 가슴속에 담고 싶어 한 사람들, 대신 싸워
이병록 기자(이하 이) : ‘잉여’라는 독특한 소재로 잡지를 만드셨습니다. 는 어떤 잡지인가요?최서윤 편집장(이하 최) : 제목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듯이 사회에서 잉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입니다. 지난 2월에 창간해서 11월 호까지 총 여덟 번 발행됐는데요. 는 현재 교양지로 분류돼 있습니다. 제 잡지에는 잉여스러운 이야기와 웃긴 ‘짤방’이 많습니다. 제게 글을 투고해주시는 분들은 모두 ‘잉여력’ 이 넘치기 때문에 지루한 이야기는 별로 없어요. 하지만 전문성을 띤 글들도 많이 있어요. ‘북한의 잉여
2층 전시실의 입구는 조각난 거울들로 만들어진 낮은 천장의 통로다. 이것은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문이자 하나의 작품인 이다. 외부세계와 이불의 작품세계를 잇는 이 조형물을 지나면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시장을 둘러싼 검은 휘장은 마술쇼를 연상시키며 비현실감을 더한다. 전시장의 천장과
이불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다.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름처럼 파격적인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 왔다. 그가 지난 97년 뉴욕 현대미술관 MOMA에서 날생선에 구슬을 꿴 이라는 작품을 내 미술관과 마찰을 빚은 일화는 유명하다. 미술작품에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생선이 썩어감에 따른 후각적 효과까지 끌어들여 평단에 충격을 줬다. 그 후로도
우리나라에서는 ‘vegetarian’과 ‘vegetarianism’ 두 개념과 단어가 채식주의라는 뜻으로 함께 쓰인다. vegetarian은 채식의 의미를 중요시하는 말이다. 보통 동양의 채식주의와 연관이 있다. 인도를 중심으로 종교적 교의와 터부에 기초해 발생했다. 따라서 매우 엄격하게 지켜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월간 『비건』은 우리나라에 유일한 채식문화 잡지다. 먹거리는 언제 어디서나 즐거운 주제다. 재치 있고 상큼한 언어로 어떻게 ‘잘 먹는지’ 조잘거리는 잡지, 월간 ?비건? 사무실에서 이향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잡지의 콘텐츠가 다양한데 어떻게 생산하는 것인가?반응이 좋은 것 중 하나가 비건 요리 레시피지요. 레시피는 저희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번 달 1일까지 7일 동안 ‘비건(vegan)’단계의 채식주의를 체험했다. 비건은 달걀 및 유제품은 물론이고 △닭고기 △붉은 고기 △생선 등도 당연히 먹지 않는다. 또한, 동물로부터 얻은 모든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가죽성분이 있는 △가방 △지갑 △신발 등을 쓸 수 없다. 물건까지 사용할 수 없으면 생활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력을 끼친 20세기 지식인으로 유명하지요. 만화 『로지코믹스』에서는 논리학자 러셀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또한 이 책은 당대 사람들이 이성을 신뢰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모든 걸 논리적인 틀로 해명할 수 있다는 믿음이지요.러셀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수학이
연극 에는 ‘외모바이러스’라는 병이 등장한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극심한 콤플렉스를 느낄 때 발작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다. 이에 못생긴 여고생 박장미는 자신도 외모바이러스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한다. 그러던 중 장미는 커다란 가위로 이를 치료하는 미남 이발사 김삼봉을 우연히 만난다. 이 연극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
내용을 입력하세요.올해도 , , 가 극장가를 찾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영웅이 등장한다는 것.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맨' 자로 끝나는 이름에 쫄쫄이를 입는 '영웅'들은 익숙해졌다. 그러나 우리의 조명을 받지 모샇ㄴ 채 묵묵히
, , , ……. 그래픽 노블 속 슈퍼 히어로들에 대한 애정은 이규원씨를 번역가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번역활동 외에도 미국만화와 히어로물에 관한 인터넷 블로그 '부머의 슈퍼히어로'를 운영하며 마니아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그래픽 노블에
'헬보이'를 아는가? 그는 1944년에 *라스푸틴과 나치 잔당들에 의해 지옥에서 소환된 악마이자 미국의 초현실 연구 방어국에서 일하는 특수요원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괴물을 퇴치하는 영웅이지만, 그 또한 '괴물'이다. 그는 이름처럼 세계를 멸망시키고 지옥도를 그려낼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큰 돌장갑 같은 오른손이 지옥문을 여는 열쇠다. 눈치챘
이병록 기자(이하 록) : 처음으로 쇼콜라티에라는 직업을 알리셨지만 아직은 사람들에게 생소합니다. 쇼콜라티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김성미 쇼콜라티에(이하 김) : 사전적인 의미로는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초콜릿을 만들기만 하는 사람을 쇼콜라티에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쇼콜라티에가 되려면 초콜릿을 만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초콜릿을 만들 때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자밖에 되지 못해요. ‘초콜릿을 왜 만드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쇼
“철컥철컥” 칠흑같이 암전된 무대 위에서 거칠게 현관문 따는 소리만 들려온다. 소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희미한 조명이 문고리를 비추자 객석에 앉은 이들은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다. 문이 왈칵 열리고 도둑이 씩씩대며 들어온다. “야. 이 멍청한 계집애야. 문을 안 잠갔으면, 안 잠갔다고 얘길 하던가!” 집주인 유화이는
시는 문학의 뿌리다, 어느 문화권이나 산문보다 운문이 먼저 생겼고, 사람들은 아름답게 꾸민 운문을 신 앞에서 노래했다. 본질적으로 주술의 언어에 근본을 두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힘을 말에 담고 다가올 미래를 말로 예언하는 것. 모두 시작(詩作)에 은밀히 내재된 의도였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를' 것이라 광복의 기
현실은 차디차다. '이건 현실이야'라는 이야기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흔해빠진 대사가 아니다. 모두들 현실의 냉혹한 감촉을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영화 는 현실에 스며있는 돈에 대한 욕구와 인간의 끈적한 욕망으로 얼룩져있다. 하지만 시를 사랑하는 주인공 덕분에 그 얼룩이 조금은 흐릿해 보인다.주인공
찬바람이 마음을 선뜻하게 하는 가을이 오면 누구나 조금씩은 시인이 된다. 자음과 모음을 요리조리 버무려 외로움이나 쓸쓸함 같은 감정들을 흰 종이 위에 펼쳐놓고 싶어지는 것이다. 100년 전의 시인 백석도 아마 그랬나 보다. 백석의 시 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