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신문의 기자라 하면 ‘신문 잘 읽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본인은 약간의 망설임 끝에 ‘고맙다’는 답을 하곤 한다. 지면에서 드러나는 본인의 존재감은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성대신문의 뉴미디어부 기자들은 글을 쓰지 않는다. 지면에 자신의 글을 실을 기회는 있으나 대체로 몇 명의 기자들이 함께 글을 쓰며 그마저 사진이 주류인 기사다. 글을 쓰지 않는 기자는 실로 아이러니하다. 글이 아닌 매체들로 기사를 만들며, 다른 기자들의 글을 피드백하지만 정작 본인은 글을 쓰지 않는다. 우리의 주 무대는 유튜브와 인스타그
여러분은 지난 1707호에 소개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폭파 사건에서 결과적으로 어떤 이들이 무고한 죽음과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리하여 그 행위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물론 찬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1970년대에 어떤 일본인들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서 얼마나 철저한 반성적 사유에 이르고 있었는지를 가늠해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과거사 반성에 있어서 종종 일본과 비교되는 독일은 1970년대까지 놀라울 만치 비슷한 경로를 걸어갔습니다. 과거사 극복과
최근 들어, “복수”를 주제로 한 드라마들이 여럿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더 글로리’, ‘모범택시’ 등의 드라마들이 시리즈물로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더 글로리 파트 2’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3월 4주 차 기준으로 2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모범택시’는 시즌 1, 2를 통틀어 평균 10%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더 글로리’는 과거 학교폭력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다루고, ‘모범택시’는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여러 주요 인물들이 힘을 합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
성공을 갈망하는 시대다. 성공의 종류는 다양하다. 문제는 성공도 사로잡히면 집착과 중독이 된다. 성공은 더 큰 성공만 갈망하게 하고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심한 경우,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고, 때론 인생이 망가진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인생은 무엇일까? 이점에서 아래 이야기는 Easter(부활절)를 맞아 생각거리를 남긴다. 기원전 9세기 시리아에 한 장군이 있었다. 그는 전쟁마다 거듭 승전해서 육군 총사령관이 되었다. 왕과 백성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의 지위, 부, 명예는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는 나병환자였다.
더 좋은 글감이 있을 듯해 종일 뉴스를 뒤적였다. 한 학기에 8개의 신문을 펴낸다는 건 필자에게 허락된 지면의 기회도 8번뿐이라는 의미다. 편집장직을 맡으며 필자는 감사하게도 8번이나 글문을 열 수 있게 됐다. 문장 하나하나가 치열하게 쓰여야 하는 지면 위에 개인의 의견을 담는 일은 과분하면서도 애틋하다. 그렇기에 주어지는 기회마다 단 한 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 됐든 지금 하려는 말보다 나은 이야기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더 심각하고, 보다 시의성 있고, 훨씬 중요한 말이다. 이 글을 펴내고 싶지 않아 한참을 고민했다.
거리에서 몸을 숙인 채 괴상한 자세로 멈춰 있는 사람들, 허리가 뒤로 꺾일 정도로 누워 잠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펜타닐’을 검색하면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10만여 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는데, 원인의 67%는 펜타닐 중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이 무엇이길래 저리 처참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퍼지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면 마약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먀약 중독에 대한 경각심만을 취하길 바란다. 마약 중독은 치료할 수 있지만, 몸은 평생 마약을 기억한다고 한다. 다
누군가에겐 야경, 누군가에겐 야근.
내가 쓴 기사를 잘 읽지 않는다. 애정이 없어서도, 귀찮아서도 아니다. 그 기사들은 사실 내 기사가 아니다. 첫 기사를 쓰던 때를 기억한다. 열정 가득한 모습만이 떠오른다. 문화인들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설렘을 느꼈고,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다움을 느꼈다. 기사를 쓰는 건 그런 내 세상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내 세상을 잘 담아낸 만족스러운 기사가 나왔고 성취를 느꼈다. 자부할 수 있는 내 기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음으로 문제기사를 쓰던 때를 기억한다. 열심히 탐사한 내 세상을 기사에 잘 담았다. 필요한 내용을 잘 다룬 좋은
Lieber Y, 너와 나누던 대화들이 자주 생각나. 내가 스물이고 네가 스물하나이던 그때. 나에게 단단함보다는 유약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던 그때. 우리는 반대편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만큼 다른 점이 많았는데 공통점이었던 단 하나, 우리의 우정을 더욱 단단히 해주던 ‘책’. 단지 문학이 좋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고 신청했던 김학현 교수님의 문학 입문 수업. 수업이 끝나면 당연하단 듯이 향하던 도서관. 그때 너와 나는 책 취향이 아주 달랐는데, 너는 100번 대-주로 철학이나 심리학-의 서가에, 나의
2022년 11월 30일에 OpenAI에 의해서 발표된 ChatGPT는 두 달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경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유려한 문장으로 소설과 시를 써주고 재무제표 분석, 여행계획 수립, 심지어 프로그래밍까지 자동으로 해 주는 등 실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년간 글로벌 IT 기술을 주도해 온 구글은 매우 당황했고 급히 자사의 거대언어모델인 바드를 발표했으나 ChatGPT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능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직원이 불과 수백 명에 불과한 OpenAI가 구글을 압도하는
다시 찾아온 봄, 새 학기, 그리고 금잔디 문화제.누군가는 그리워할, 누군가는 익숙한,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낭만으로 가득할 이 순간을 누리고 있는 학생들.
민우는 바다를 좋아하는 소년으로, 바닷 속 생물들에 대한 지식이 많다. 그러던 어느 날, 깊은 바다 속에서 미스터리한 물고기를 만나게 된다. 그 물고기는 민우에게 "해저 세계에서 일어나는 큰 문제를 해결해 주면, 보상을 줄게"라고 말한다. 민우는 미스터리한 물고기의 말을 믿고, 해저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이상한 생명체와 함께 다양한 모험을 겪으며, 해저 세계에서 일어나는 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민우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보상으로 해저 세계의 생성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때부터 민우는 새로운 문
누군가 답한다. “아니오.” 부정의 대답 앞에 놀라는 사람은 없다. 의문을 표하면 가지각색의 이유가 쏟아진다. 시끄러워서. 철이 없어서. 말을 안 들어서. 공감하는 사람이 반, 그리고 어떤 답을 내놓든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반이다.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처럼 아이를 사랑하거나 미워한다.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조차 저보다 어린 아이를 싫어하고, 어른들은 더 쉽게 이들을 미워한다. 모르는 아이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간절한 외침은 이제 구닥다리 광고가 된 모양이다. 단순한 무관심을 넘어, 아이를 하나의 기호로 여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어 세 번째 수능을 준비하던 시절, 매일 같이 쓰던 스터디 플래너 한편에 눌러 쓴 문장이다. 대학 입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일상을 살던 나에게 그 문장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누군가는 4시간을 자도 지치지 않고 저렇게 열심인데, 나는 왜 6시간이나 자고도 이리 힘들어하나 스스로 다그친 순간도 많았다. 간절히 원하는 소중한 목표가 있다면 잠도 줄이는 게 당연했다. 노력하는 이의 모습은 분명 아름답다. 그 속에는 남들이 가히
예술이 매력적인 이유는 틀린 것은 없고 다른 것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생각해본다면 연필의 기울기, 세기, 그 마무리, 심지어 그을지 말지에 따라 그려지는 획은 다르다. 물론, 그만큼 내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위태로운 연필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그림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새롭게 내딛는 한 획은 곧 작품에 숨을 불어 넣는 듯한 느낌이다. 머리카락 한 올, 쌍꺼풀 한 겹, 입술 주름 하나, 어두워지는 그림
지금은 밑바닥이 아닌 활주로 위의 시간
취재후기를 쓰기 위해 수습일기를 다시 읽는다. 수습을 거치며 내가 설정했던 목표가 얼마나 이뤄졌을지 확인한다. 당시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이 바뀌었는가.바뀐 것은 없다. 그저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을 뿐이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 자신의 소중한 생각들을 한 학보사의 기자에게 나누는 다정함을 왜곡하고 싶지 않았다. 기사란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 누군가가 내게 해주었던 말을 기억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글이 기사라 했다.
여러분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요? 아마도 이 광범위한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답변이 가능하고, 그중에는 긍정적인 것들도 꽤 많을 터입니다. 이를테면 일본은 여전히 근사한 애니메이션과 만화와 게임을 만들어내는 곳이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그럼 질문을 좀 바꿔봅시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은 이미 자명한 답이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거의 우문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일체의 반성도 하지 않으며 부인하고 심지어 날조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반도체 제품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로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한다. 메모리는 기성복, 시스템반도체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만드는 맞춤복에 비유할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에서 ‘시스템’의 의미는 ‘제품(셋트)’ 이다. 그러므로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고객이 된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65%정도를 차지 할 정도로 큰 규모다.본래 반도체 칩 개발은 반도체회사만의 전유물이었지만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설계와 제조의 분리가 가능해지고, 이때부터 반도체 설계는 시스템을 잘 아는 제품개발자가 직접 맡게 되고 반도체 회사는 칩을 제
“경제학이 무너지고 있다.” 교수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번 학기 첫 번째 수업 시간이었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경제학적 사실들을 도출해내고 있다. 그런데 그걸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시작부터 이렇게 비관적이라니. 이제 막 마스크를 벗고 캠퍼스의 봄을 느끼려던 참이었는데 말이다.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성대신문 1706호 역시 학술면을 넘어 여론면에서도 챗GPT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기술에 대한 놀라움, 글쓰기와 윤리에 관한 고민 등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하나는 확실했다. 인공지능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