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애달프게 그리던 사랑하는 이의 얼굴, 그리고 달려가 마주한 얼굴. 그 둘이 너무도 달라서 내 감정을 의심해 본 적 없나요? 아무도 자신 있게 “응, 없어”하고 대답할 수 없을 거예요. 우리네 사랑의 작대기는 실재보다는 달콤한 환상을 가리키기 더 쉬우니까요. 한바탕 폭격이 지나간 자리,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비틀비틀 일어서는 이 남자의 이름은 ‘인만’입니다. 남북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지요. 간절히 뻗는 피투성이 손끝에 닿을 듯 말 듯 흔들리는 흑백 사진이 보이나요. 그 속에는 아름다운 연인 ‘에이다’가 있습니다. 그가 돌아올 날만
검은빛의 자동차 한 대, 맑게 빛나는 보닛 위로 어리는 나뭇가지에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마음속 깊은 곳, 잠자고 있던 소유욕을 자극하는 이 충격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동차로 다가간다. 순간, 충격은 놀라움으로 전이되며 다시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어느새 자동차는 사라지고 먹의 농담과 붓의 스침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
댄스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정열에 가득 찬 동작, 그 바탕에는 춤의 느낌을 생생히 전달해주는 의상과 선수들의 동작에 활력을 실어주는 신발이 있다. 반짝이는 의상과 신발이 가득한 곳에서 허성식 지사장을 만났다. ■ 지금까지 댄스스포츠에 참여해 온 과정이 어떠한지우연한 기회로 댄스스포츠 전문 슈즈업체와 인연을 맺어 사업을 시작했다. 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는 화려한 사교파티와 그 속에서 춤을 추는 남녀가 자주 등장한다. 넓은 볼룸(Ballroom)에서 파트너와 추는 이 춤, 일명 볼룸댄스가 바로 오늘날 댄스스포츠의 기원이다. “이렇게 태어나 바람잘 날 없었네” 사교 매체에 불과했던 영국의 볼룸댄스는 1920년대 들어 변신을 꾀한다. 단순히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질 뿐이었던 동작이나 기법 등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 왈츠, 탱고 등의 ‘모던댄스’와 룸바, 차차차 등의 ‘라틴댄스’로 구분된 것도 이 시기다. 여기에 점차 스포츠적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당연한 일이라며 무심하게 지나치지는 않았나요.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또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도 있습니다. 영화 의 주인공 데이빗이 그들 중 하나죠. 그가 자신을 알아가는 길에서 희망을 얻고 절망을 받을 때 마주하는 한 편의 시가 있습니다. 라는 시인데요. 이 시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바라보자면 진짜 ‘나’가 누구일지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 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생활하는 미래, 그리고 그 미래에
지하철역에서 나와 길을 걷는다. 거리의 건물들은 매끄러운 표면을 뽐내고 있다. 최근 지어진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온몸으로 햇빛을 고스란히 반사시키며 건물 속 모습을 쉬이 보여주지 않고 빛난다. 하지만 그 빛남은 한 여관 앞에서 머릿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 여관이 바로 전시회 <눈먼 자들의 도시>가 열리는 장소이자 80여 년 동안 수많은 나
야산을 내달리는 자동차 창유리에 사내의 얼굴이 어린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는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찾는 듯도 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않는 것도 같다. 뒷좌석에는 어린 아들이 잠든 듯 평화롭게 누워 있다. 언뜻 보면 부자의 늦은 귀갓길로 착각할 수 있겠다. 단, 개 이빨에 무참히 찢어발겨 진 아이의 몸뚱이를 보기 전까지. 그 어린 생명에서 흘러나온 피로 흥건히 물든 붉은 시트를 보기 전까지만.소설 속 사내는 병원을 찾아 헤매고 있다. 미친 듯이 속력을 높여 봐도 그보다 더 빨리 타들어가는 아들의 목숨은 마치 시한폭탄 같다.
파인애플의 단단하고 거친 껍데기를 처음 본 사람이 그 속에 있는 노랗고 부드러운 과육 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껍데기를 벗기고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속을 만났 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파인애플을 만날 수 있다. 그로테스크 예술도 마찬가지다. 겉모습은 사람들에게 공포로 다가오지만, 사실 그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진짜 그로테스 크의 의미
주인공 아멜리에에게 현실은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친구 하나 없는 현실 속에서 아멜리에는 상상의 세계로 행복을 찾아 나섭니다. 그 곳에서는 레코드판이 팬케이크처럼 구워지고, 혼수상태의 환자는 나중에 실컷 놀기 위해 평생 자야할 잠을 몰아 자고 있을 뿐이지요. 동화 속 이야기 같은 그녀의 세상은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녀의 상상, 아름다운 색감으로 그려지는 이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화사한 빛으로 일상의 행복을 채색해 행복의 화가라고 불리는 르누아르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아멜리에와 함께 평범하면서도 조금씩 독특한
책 한 권 한 권이 저마다 나름의 표지를 빛내고 있다. 알록달록한 표지부터 중후한 멋을 지닌 표지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를 만든 제본가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책장을 넘겨보아도 한 땀 한 땀 그것을 꿰맸던 제본가의 노력이 전해진다. 예술제본가의 정성을 담은 책은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국내 최초의 예술제본소 렉또베르쏘, 그 곳을 운영하고 있는 조효은
주인공 토마스 크라운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는 억만장자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그의 삶을 따분하게 만들지요. 그는 단순히 삶의 긴장을 위해 미국 최대의 미술관에 있는 모네의 그림을 훔칩니다. 한편 그림을 되찾기 위해 파견된 보험수사관 캐서린 배닝은 기막힌 상황판단 능력으로 토마스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치열한 두뇌 싸움을 즐기면서 모든 일을 해결해 갑니다. 그녀와의 관계로 새로운 긴장을 얻은 그는 그림을 돌려주고 그간 벌였던 게임의 파트너였던 그녀와 즐거운 도피생활을 하게 됩니다.영화 속에서는